정부·여당, K-콘텐츠 불법유통 '징벌적 손해배상' 추진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K-콘텐츠 불법 유통 방지대책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K-콘텐츠 불법 유통 방지대책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K-콘텐츠 불법 유통을 뿌리뽑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3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 대책 민·당·정 협의회'에서 “K-콘텐츠 불법 유통을 강력하게 제지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여당에서 박 의장을 비롯해 이만희·이태규·이용호·김영식·김승수·김예지·장동혁 의원 등이 참석했고, 정부 측에서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관련 기관이 함께했다. 민간에서는 최주희 티빙 대표(플랫폼)와 손상민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이사(창작자), 허규범 스튜디오21(청년제작자) 대표 등이 참여했다.

정부·여당은 K-콘텐츠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콘텐츠 산업이 미래 먹거리인 상황에서 불법 유통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탓이다. 특히 누누TV 종료 이후 유사 사이트 개설 등이 예고된 탓에 관련 업계에서는 대책을 촉구해 왔다.

핵심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다. 앞서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저작권 강화를 위해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불법복제물 링크 제공 인터넷 사이트 운영 및 불법복제물 링크 게시를 저작권 침해 행위로 인정 △피해자 손해액의 3배 이내로 손해배상액 청구 가능 △관계 공무원의 불법복제물 현장조사 근거 규정 마련 등이 골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업계 측에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은 이 의원이 제출한 법안을 기초로 관련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체부 측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최대 비율은) 국회에서 법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추가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K-콘텐츠 성장을 좀먹는 불법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제적 채널과 범부처, 민간역량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4대 SCSC 전략 '속도와 엄정함(Speed & Strict)', '공조(Cooperation)', '과학(Science)', '변화(Change)'에 토대를 두고 K-콘텐츠 불법 유통 근절에 나선다.

세부적으로 △관련 처벌의 양형 상향 △불법 유통 사이트 신속 차단을 위한 제도 개선 △한미 합동수사팀 가동 △국제 협약 가입 △저작권 홍보 캠페인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박 의장은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133억달러로 대표적인 수출 품목인 가전의 수출액을 뛰어넘었다”며 “하지만 대규모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가 등장하면서 산업 발전을 막고 있다. 2021년 기준 불법 복제물 이용률이 19.8%로 추산되는데 매출액 148조원을 감안하면 28조원이 콘텐츠 기업으로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누누TV 재개설 얘기가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법 유통과 도둑 시청을 막지 않는다면 콘텐츠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이라며 “제2의 누누TV 차단 등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고강도 압박을 위한 대응 체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