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캐럿 거대 '블랙 다이아' 구매자, 1조원대 코인 사기꾼이었다

블랙 다이아몬드 '디 이니그마'와 암호화폐 사기로 모은 돈으로 이를 구입한 리차드 하트. 사진=소더비 홈페이지/유튜브 캡처
블랙 다이아몬드 '디 이니그마'와 암호화폐 사기로 모은 돈으로 이를 구입한 리차드 하트. 사진=소더비 홈페이지/유튜브 캡처

우리 돈 1조 2000억원이 넘는 암호화폐를 무단 발행한 미국의 한 사업가가 투자자들의 자금을 세계 최대 블랙 다이아몬드, 스포츠카, 명품 시계 같은 사치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가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고발당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더 버지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리처드 하트(본명 리처드 슐러)와 그의 사업체 3곳을 증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현재 핀란드에 거주하는 미국 국적의 하트는 2017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자신이 만든 암호 화폐 헥스 토큰과 펄스X 프로토콜로 작동하는 자매 코인 펄스체인 등을 홍보해왔다.

하지만 이는 모두 무단으로 발행한 것이었다. SEC가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하트와 그의 사업체는 증권성 암호화폐 3개(헥스, 펄스체인, 펄스엑스)를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고 무단으로 발행한 혐의를 받는다. 발행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 2800억원)에 이른다.

SEC는 하트가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헥스 코인을 미등록 발행해 총 230만 이더리움(ETH)을 모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21년 7월부터 작년 3월까지 두 건의 미등록 코인을 추가로 발행해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자산을 모은 것으로 파악했다.

하트는 헥스 코인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고수익 블록체인 예금증서(CD)라고 광고하며 연간 38%에 달하는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투자자를 모집해왔다.

하지만 헥스 코인 가격은 지난 6월 30일 기준 최고점보다 98% 이상 하락했으며, 펄스체인과 펄스엑스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비트코인처럼 증권에 속하지 않는 디지털자산은 증권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증권으로 판단되는 자산은 등록 및 투자자 보호 의무 등이 부여되며 법 위반 시 당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하트는 또한 이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모은 자금 중 최소 1200만 달러(153억원)를 사치품 구입에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맥라렌, 페라리 로마 등 수억원대 고급 스포츠카와 롤렉스 시계 등 사치품을 사들였다. 여기에는 블랙 다이아몬드 '디 이니그마'(The Enigma)도 있었다.

디 이니그마는 2006년 세계 최대 가공 다이아몬드로 등재된 555.55캐럿의 거대한 블랙 다이아몬드다. 3년에 걸쳐 55개 면이 가공됐다.

이 보석은 불투명 다이아몬드인 '카보나도'라는 종류다. 일반적인 다이아몬드가 지구 깊숙한 곳에서 형성된 화성암에서 발굴되는 것과 달리 지표면에 가까운 퇴적물에서 발견돼 우주에서 기원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디 이니그마는 지난해 2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316만 파운드(약 52억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는데, 이 낙찰자가 하트였다.

SEC 포트워스 지역사무소의 에릭 워너 국장은 “하트는 투자자들에게 증권 등록에 실패한 미등록 암호자산 증권을 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그는 이 투자금 일부를 터무니없는 사치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며 “이번 조치는 투자자를 보호하고 하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