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삿포로의 한 호텔에서 머리가 없는 남성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피해자가 생전 여장을 즐기며 가해자를 성폭행했다는 추가 보도가 이어져 사건이 반전됐다.
31일 뉴스포스트세븐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홋카이도 경찰은 시체손괴 및 유기 혐의로 다무라 루나(29)와 그의 아버지인 정신과 의사 다무라 슈(59)를 검거한 데 이어 다음 날 루나의 어머니 다무라 히로코(60)를 같은 혐의로 체포했다.
사건은 지난달 2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 주오구의 한 호텔 객실에서 호텔 종업원이 머리가 없는 남성 시신을 발견했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조사 결과 시신은 62세 남성 A씨. 몸에는 날카로운 흉기에 찔린 상처가 남아있어 출혈성 쇼크(충격)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용의 선상에 일가족 3명이 모두 올라 일본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경찰에 따르면 폐쇄회로(CC)TV에는 딸 루나가 A씨와 함께 호텔에 들어갔다가, 시신 발견 몇시간 전 혼자 여행가방을 들고 호텔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찍혔다. 또한 아버지 슈가 차로 마중 나오는 모습도 담겼다.
다무라 가족의 자택에서는 A씨의 머리와 사라진 소지품 일부가 발견됐다. 또한 인근 슈퍼에서 톱, 칼, 가방 등 살해와 시신 처리를 위한 도구를 구매한 정황도 확인됐다.
그렇게 정신과 의사 일가족이 저지른 엽기 사건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사건은 또 다시 반전됐다.
아버지인 슈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 A씨가 여장을 하고 딸을 속인 뒤, 성폭행을 하고 영상을 촬영해 스토킹까지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주장에 따르면,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루나는 관련 행사를 찾아다니다 지난 5월 스스키노의 한 클럽에서 A씨를 만났다.
루나의 할아버지는 “루나는 남자를 싫어했다. 클럽에서 만난 A씨가 여성처럼 옷을 입고 있어서 여자라고 생각했다”며 “(A씨가) 둘이서 가기 좋은 곳이 있다면서 러브호텔에 데리고 갔는데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남자로 본색을 드러내더니 루나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빌미로 루나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등 스토킹 행위를 일삼았다는 설명이다.
이어 “루나에게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A씨가) 더 이상 그러지 않겠다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겠다고 해서 혼자서 해결했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A씨는 이 약속을 어기고 루나에게 계속 접근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A씨가 평소 여장을 즐겼으며 스스키노 클럽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악명높은 인물이라고 했다. 실제로 사건 당일, 은색의 반짝이는 크롭톱을 입고 여장한 채로 촬영한 사진이 발견됐다.
이웃 주민들은 아버지 슈가 어느 날부터 매일 집 앞에서 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수사 관계자들은 이를 “이번 사건 이전에 A씨가 다무라 가족의 집에 난입했고, 슈가 문 앞에서 식사하며 딸을 보호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봤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