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올드(OLD)하다”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중 부정적인 의미임에도 많이 공감하는 말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많은 혁신을 주도함에도 역설적으로 신작마다 '올드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듣는다. 반면 애플 아이폰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비슷한데도 '혁신적이다'는 평가가 습관처럼 나온다.
삼성이 '올드'한 것은 제품이나 이미지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삼성 자체다.
최근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임직원 중 30대 미만은 8만3169명으로, 전체 임직원(27만372명) 중 30.8%를 차지했다. 2020년(9만9823명, 37.3%)과 비교해 6.5%포인트(P) 줄었다. 2년 새 20대 직원이 1만6000명 이상 줄었다.
반면 40대 이상 직원 비중은 2020년 21%에서 지난해 28%로 7%P 높아졌다. 지난해 40대 이상 직원 수는 7만5552명으로, 2년 전과 비교해 약 2만명 늘었다.
삼성전자의 고령화는 직급별 비중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사원 수는 19만507명으로 전체 71.1%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18만2367명으로, 그 비중은 67.5%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간부(과·차장~부장급) 수는 8만6548명으로 전체 직원의 32%를 차지했다. 2020년과 비교해 1만명 이상 늘어났다.
삼성은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 공채를 유지하며 매년 20대 젊은 피를 수혈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래성장동력 사업을 중심으로 5년 간 8만명 직접고용 계획도 발표했다.
그럼에도 20대·사원급 직원은 줄고 40대 이상·간부가 늘어나는 역피라미드 구조는 '올드한 삼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잣대다. 배경은 다양하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IT기업의 젊은 인재 흡수와 코로나19 유행 이후 재택근무처 선호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수년 간 사법 리스크로 발목이 묶여있던 총수로 인해 내부 인사혁신이 멈춰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히 나이가 많고 직급이 무거운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는 아니다.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혁신 아이디어를 도출할 인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두려움이 문제인 것이다. 혁신, 트렌드와 동떨어진 제품은 곧 시장에서 외면 받고 '올드 삼성'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악순환의 반복이 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복권 후 주요 사업장을 돌면서 젊은 직원, 워킹맘 등과 소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해에는 임원 직급을 축소하고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도 폐지하는 등 젊고 능력 있는 인재를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갤럭시 신제품 언팩 행사에서는 K팝 스타인 BTS 슈가, 아이브 장원영, 헐리우드 배우 시드니 스위니 등을 초청, '영(Young) 삼성'을 위한 2030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올드 삼성'의 이미지는 마케팅만으로 해소될 수 없다. 삼성의 혁신 추가 다시 움직여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 내부 혁신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젊은 인재를 다시 불러오고, 내부 경쟁을 통한 우수 인력 양성 등 인사 혁신이 요구된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