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조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중국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 컨퍼런스'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중국 대표 게임쇼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회다. 행사가 개최된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는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행사기간 내내 비바람치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동서북(EWN)에 위치한 대형 전시관 11개, 12만 평방미터를 배경으로 텐센트, 넷이즈, 퍼펙트월드, 소니, 퀄컴 등 글로벌 게임사가 경쟁적으로 화려한 무대를 과시했다. 현장을 찾은 관람객 33만 8000명 중에는 게임 캐릭터로 전신을 코스프레한 열혈 마니아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은 삼성전자가 B2C관에 단독으로 부스를 설치해 갤럭시 제품군과 게이밍 모니터, SSD 등 하드웨어 중심의 전시체험을 진행했다. 넥슨은 현지 파트너사 세기천성과 성취게임즈를 통해 메이플스토리M 등 대표작품을, 스마일게이트는 텐센트게임즈와 로스트아크를 출품했다. 컴투스 가상현실(VR) 게임 자회사 컴투스로카는 피코 전시관에서 게임을 시연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2023 차이나조이는 신작 출시와 게임 체험이 부족한 반면 캐주얼한 시연과 코스프레 공연 등 볼거리들이 풍성했다. 아날로그 시대의 종합예술이 뮤지컬이라면 디지털 환경에서 가장 멀티플한 콘텐츠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거대한 영상과 웅장한 사운드, 신비로운 캐릭터와 스토리를 갖춘 게임들이 전시장 곳곳에서 그 위용을 뽐냈다.
수년간 중국 게임산업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로 크게 위축됐다. 2016년부터 외국기업의 중국내 직접유통이 불허됐고, 2018년부터 자국산과 외국산게임 모두 판호를 받아야만 출시가 가능해졌다. 2021년에는 미성년자의 온라인게임 이용시간을 1주일 3시간만 허용하는 규제가 실시됐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2022년 게임산업 매출이 전년대비 10.3% 감소했다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중국 게임산업은 긴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나 서서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차이나조이를 앞두고 중국 게임공작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1~6월) 중국 게임산업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게임산업 매출(1443억 위안)은 전년대비 2.39% 감소했고 전분기대비 2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4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성장하리라는 희망섞인 전망이 제기됐다.
2022년 12월과 2023년 3월 총 10종의 판호를 발급받은 한국 게임사 역시 중국 퍼블리셔와 올 하반기를 목표로 현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 게임개발사와 중국 퍼블리셔간 파트너십 체결이라는 공식적인 루트 이외에도 중국내 지사 운영, 중외합자(합작)법인 설립, 인수합병을 통한 중국기업 활용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중국내 게임유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중소 게임개발사는 중국을 대표하는 게임마켓인 차이나조이 B2B관에 참가,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중국 게임사들과 네트워킹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력 있는 자사 게임 지식재산(IP)을 적극 홍보하며 다양한 방식의 계약을 시도할 수 있다. 14억 인구의 절반인 6억 7000만명이 게임을 이용하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윤호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비즈니스센터장 hjyoon8591@kocc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