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다 또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 연장 거부를 지난 달 발표한데다 이상 기후에 따른 변수도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원재료 가격 불안이 이어지자 식품업계는 내년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CBOT소맥(SRW·적색연질밀) 가격은 640달러/부셀로 최근 52주간 최저가격을 기록한 지난 5월 30일 591달러/부셀보다 8.2% 오른 수준이다. 원당 가격은 NYBOT 2일 종가 기준 24.2달러/Ib로 전월보다 3.77% 올랐고 연초에 비해 22.84% 상승했다. 대두유의 경우 CBOT 2일 종가 기준 67.31 달러/Ib로 연초보다 6.57% 올랐다.
앞서 지난 달 17일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연장 거부를 발표하면서 선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우크라이나 곡물 주요 수출항로인 흑해가 봉쇄됐다 작년 7월 협정이 체결됐고 이후 국제 곡물가격은 점진적으로 하락 안정화됐다.
우리나라가 흑해지역 국가에서 주로 수입하는 곡물은 식용옥수수와 사료용 밀·옥수수다. 이중 사료용 곡물은 특정 원산지에 구애받지 않아 대체가 가능하지만 식용옥수수의 경우 동유럽에 편중돼 있어 흑해 지역 의존도가 높다. 러시아 전쟁 이전 우리나라의 흑해지역 수입비중은 밀의 경우 18%, 식용옥수수는 50% 수준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전 세계 곡물 가격이 최고 15%가량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곡물시장이 들썩이면서 수입비용 상승이 불가피하고 장기화될 경우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러시아 전쟁 발발 초기와 같은 가격 급등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REI 농업관측센터 '국제곡물 2023년 7월호'에 따르면 흑해곡물협정 중단 이슈가 곡물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킨 측면이 있으나 주요 수출국의 생산량 증가 등 긍정적인 요소도 있어 전쟁 초기 수준의 가격급등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식품업계는 국제 곡물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장기화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주요 수입 곡물가격이 급등하면 제품가격을 올려야하는데 최근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주요 가공식품사들은 대표 제품 가격 인하를 잇따라 단행하기도 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통상 국제 곡물시세에 대한 영향은 3~6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당장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변수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사 관계자는 “러시아 전쟁 발발로 원자재 대체 수급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원재료 이외 물류비 등 제반 비용 부담이 높아진 상황이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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