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배터리 용량을 기존보다 두 배 이상 키워 상품성을 강화한 경형 전기차 '레이 EV'를 9월 재출시한다. 모델 노후화와 판매 저조로 단산한 지 5년여 만이다. 1회 완충 시 200㎞ 이상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은 신형 레이 EV는 승용은 물론 밴 모델을 갖춰 도심형 전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레이 EV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로부터 복합 기준 210㎞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받았다. 도심 기준 238㎞, 고속도로 기준 176㎞를 달릴 수 있다.
레이 EV는 중국 CATL이 공급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가운데 LFP 배터리를 적용하는 것은 레이 EV가 처음이다. 경형 전기차임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를 채택, 가격 경쟁력을 높여 전기차 대중화를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배터리 용량은 35.4㎾h다. 초기 레이 EV(16.4㎾h)와 비교해 배터리 용량이 두 배 이상 커지면서 주행가능 거리 역시 기존 레이 EV(복합 91㎞)보다 월등히 길어졌다. 다만 저온에 취약한 LFP 배터리 특성상 저온 복합 주행거리는 167㎏(도심 163㎞·고속도로 172㎞)으로 20%가량 하락했다.
주행 성능도 크게 개선했다. 레이 EV는 전륜에 싱글 모터를 적용해 최고출력 87마력을 발휘한다. 공차 중량은 일반 승용 모델 기준 1295㎏다. 미국 자동차 부품사 보그워너의 통합구동모듈(iDM)을 채택해 경량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레이 EV보다 최고출력은 20마력, 공차 중량은 110㎏ 늘었다.
레이 EV는 도심 주행에 무리 없는 주행거리, 동급 최대 수준의 넓은 실내 공간을 바탕으로 도심형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다. 일반 승용 모델 외에 1·2인승 밴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해 소상공인을 위한 경상용차 등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는 레이 EV 가격을 3000만원대로 예상한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주행거리 200㎞ 전후의 도심형 전기차 가격은 MINI 일렉트릭 5210만원, 푸조 e-208 4900만~5300만원이다. 레이 EV의 경우 LFP 배터리를 채택해 이들 전기차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의 가격대로 출시될 전망이다. 현대차 역시 내년 출시를 목표로 경차 캐스퍼 기반의 도심형 전기차 파생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