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를 꼽으라면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 추이가 아닐까 싶다. 이차전지 회사들의 주가 추이는 최근 연이은 상승세를 이어왔다.
에코프로는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을 주도하며 국민주 반열에 올랐다. 올 초만 해도 한 주에 11만원 하던 주가가 지난 18일엔 100만원을 넘어서며 '황제주' 지위를 얻으며 코스닥 시장 상승세를 이끌었다. 한때 장중 150만원 선을 돌파하다 불과 1시간 사이에 40만원 가까이 떨어지더니 결국 다음 날 100만원 이하인 98만원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불과 7일 만에 황제주 지위를 반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차전지 관련 회사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산업 자체에 대해서도 설왕설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차전지 분야를 투자 대상이 아닌 산업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은 한결같다. 이차전지가 제2의 반도체 산업과 같이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산업으로 보는 것이다. 2025년 이차전지 관련 매출은 리튬이온 배터리 기준으로 1600억달러(약 205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같은 기간 메모리 반도체 매출 1490억달러(약 191조원) 보다 큰 금액이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 역시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기차 이차전지 시장 규모는 2035년에 812조원으로 올해보다 5배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에 대한 경쟁력 부분에서도 많은 기대감이 형성될 수 있는 분위기이다. 지난해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이차전지 시장의 90% 이상을 한·중·일 3국이 차지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기술개발과 설계, 생산, 수요, 조달 등 4개 항목으로 나눠 국가별 경쟁력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중국이 100점 만점에 95.5점으로 1위였고, 이어 한국(86.3점), 일본(84.6점) 순이었다.
한·중·일 3국 중 중국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내수시장 덕분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글로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가까울 정도로 내수시장이 크다. 이러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1위 차량용 이차전지 업체인 CATL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 주요 원료인 리튬·니켈·코발트 등 광산 개발과 다른 국가들이 광산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은 현재 이차전지 관련 원료 조달 부분에 있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생산하는 이차 전지 주요 원료의 60~80%가 중국산이다.
특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나스닥에 중국 자동차 회사가 진출하면서 미국 시장도 중국 배터리 회사가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중국 이차전지 산업의 주목도가 높았다. 하지만 미·중 간 갈등이 한층 심화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통과되면서 미국이나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국가에서 만들어진 이차전지에만 보조금을 주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다시 말해 국내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엔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중국도 미국 자동차 회사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등 IRA법을 피할 방법을 계속 찾고 있는 상황이며, 특히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망간·코발트 등의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구조이기 때문에 방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굳이 자동차 산업이 아니더라도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 모멘텀은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일상생활 속 공산품은 대부분 배터리가 탑재되기 시작했다. 새로 등장하는 공산품인 전동 킥보드, 전기 자동차, 스마트 워치 등의 제품들은 처음부터 이차전지를 탑재하고 출시되고 있다. 또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사용할 에너지저장장치(ESS) 역시 이차전지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갈 중요한 원천이 돼 줄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명지대 박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