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을 표방하고 나선 JR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JR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에너베이트와 미국에 배터리 전극 제조공장을 공동 건설하기로 했다. 회사는 2025년 말까지 양·음극 각 2기가와트시(GWh) 규모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2027년 추가로 4GWh씩을 증설해 최대 6GWh 규모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60킬로와트시(kWh) 기준 전기차 약 1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공장 후보지로는 켄터키, 테네시,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4개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 인프라와 보조금 규모 등을 검토해 올해 말 최종 부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오덕근 JR에너지솔루션 대표는 “회사의 첫 미국 생산거점이자 미국 내에서도 최초로 시도되는 배터리 파운드리 공장으로 현지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는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으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객사 요청에 맞춰 배터리 반제품에 해당하는 전극을 위탁생산하는 '배터리 파운드리'는 업계 생소한 모델이다.
완성차나 이륜차 업체 요청에 따라 특정 규격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배터리 업계에서 흔하지만 양극이나 음극 등 배터리를 부분품으로 나눠 공급하는 건 이례다.
회사는 배터리 양산 경험이 부족하거나 자체 생산 역량이 없는 신규 배터리 제조사들과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시도하는 완성차 업체 등을 겨냥, 이 같은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
전기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친환경 에너지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배터리를 찾는 수요가 많아지는 동시에 요구도 다양해져 파운드리라는 위탁생산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JR에너지솔루션은 본격적인 사업화를 위해 지난 5월 충북 음성에 연말 준공을 목표로 300MWh 규모 전극 위탁생산 공장을 착공했으며, 이번에 미국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미국 내 다양한 배터리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미 현지 생산체계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JR에너지솔루션은 이들 수요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미 공장 설립 결정에도 다양한 고객사들의 물밑 요청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덕근 대표는 “잠재 고객사들이 나서 연방정부에 지원 서한을 써줄 정도로 많은 수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에 수많은 배터리 스타트업이 있지만 양산 기술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은 만큼 이들이 성공하면 현지 배터리 산업 인프라를 발전시키는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합작 공장에서는 에너베이트의 실리콘 음극재 기반 배터리뿐만 아니라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 스타트업 등에 요구에 맞춘 배터리 전극과 셀을 생산할 계획이다.
회사는 파우치와 원통형에 대응 가능하고, 흑연·실리콘 음극, 리튬인산철(LFP)·니켈코발트망간(NCM)·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등 양극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