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상품권 시장이 심상치 않다

[ET톡]상품권 시장이 심상치 않다

알뜰족들 사이에서 '상테크'가 유행이다. 상테크는 상품권과 재테크 합성어다. 액면가 대비 할인 판매하는 상품권을 대거 사들여 이득을 보는 행태를 말한다.

예전 지류로 유통되던 상품권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수많은 쇼핑몰과 간편결제 플랫폼이 상품권을 통한 포인트 충전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도 상테크 확산 원인 중 하나다. 도서나 영화 관람에만 사용되던 문화상품권이 이제는 대부분 물건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결제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특가 할인을 진행하는 상품권을 사면 7~10% 투자수익 확보가 가능한 셈이다.

구매도 쉬워지고 결제 가능한 범위도 넓어졌으니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올 상반기 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된 상품권 거래규모는 1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전년 대비 갑자기 판매량이 40% 늘어났다. 쇼핑몰 검색 순위 상위는 모두 상품권 브랜드가 차지할 정도다. 시장이 커지고 거래가 활성화되니 마냥 좋은 것일까. 소비자가 받는 7~10% 할인 혜택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상품권은 원래 액면가 대비 할인 판매하는 것이 정상이다. 즉, 발행사가 상품권을 판매하는 규모가 커질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인데, 이런 사업이 유지 가능한 이유는 적정 수준의 '낙전수입' 때문이다. 상품권 구매자가 이를 분실하거나 장기간 이용하지 않을 경우 이로 인한 이익분은 발행사가 가져간다. 실물을 갖춘 지류 상품권의 경우 이런 낙전수입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

지류 상품권에서 디지털 상품권으로 시스템이 전환되면 이 낙전수입이 줄어드는 것이 상식이다. 디지털 상품권의 장점이 분실 및 도난 우려가 적고 사용처가 많아 결제가 용이하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상품권은 판매 규모는 늘어나면서 할인폭은 오히려 이전 대비 높아지는 비정상적 추세를 보인다. 발행사가 액면가 대비 5% 할인된 가격에 상품권을 공급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보다 높은 할인율로 판매되는 상품권은 대부분 역마진을 보는 상품이다.

물론 이용자 유입이나 거래액 증대 등을 목적으로 상품권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판매액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면 1% 역마진만 보아도 100억원이다. 현재 국내 온라인 쇼핑몰 대부분은 아직 적자 상태다.

결제업계는 온라인 쇼핑몰로 흘러 들어간 이 수조원의 상품권 대금이 '블랙박스 안에 있는 폭탄' 이라고 우려한다.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전자금융업자는 고객 예치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신탁 등 각종 정부 규제를 적용받지만, 온라인 사업자들의 상품권 판매 대금은 정산주기 6주 동안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깜깜이 예치금 운영'을 방치하다 터진 것이 머지포인트 사태다. 법적 대안이 필요하다. 사각지대에서 블랙박스 속 상품권 폭탄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