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도 여름과일 냠냠”…'영하 89도' 러 보스토크 기지서 수박 재배 성공

러시아 연구원이 보스토크 기지에서 기른 수박을 야외에서 들고 있다. 사진= 러시아 북극남극연구소(AARI) 텔레그램 갈무리
러시아 연구원이 보스토크 기지에서 기른 수박을 야외에서 들고 있다. 사진= 러시아 북극남극연구소(AARI) 텔레그램 갈무리

여름하면 생각나는 과일 수박. 여름 제철과일인 만큼 따뜻한 날씨에서 자라는 수박이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러시아 남극관측기지 보스토크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재배됐다.

1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인터내셔널·미국 라이브 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북극남극연구소(AARI)는 최근 보스토크 기지에서 수박을 기르는 첫 번째 실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인간이 수박을 먹기 시작한 것은 약 4300년 전으로 추정된다. 4000년 전 아프리카 수단에서는 현재 우리가 먹는 수박과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운 '코르도판 멜론'을 먹었고, 이집트 벽화에는 기원전 2000년까지 수박을 길러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처럼 오래된 역사를 가진 과일이지만 재배된 지역은 하나같이 따뜻한 지역이다.

보스토크 기지 기른 수박. 사진= 러시아 북극남극연구소(AARI) 텔레그램 갈무리
보스토크 기지 기른 수박. 사진= 러시아 북극남극연구소(AARI) 텔레그램 갈무리

하지만 러시아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관측된 최저 기온 기록(영하 89.2도; 1983년 7월)을 가진 보스토크 지역에서 수박을 기르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낮은 기압과 산소가 적은 온실 내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맛있으면서도 빨리 익는 두 품종의 수박을 선택했다. 흙 없이 길러야 한다는 점도 고려사항이었다.

선택된 두 품종의 씨앗은 토양을 대체하는 얇은 층에 심어졌고, 햇빛을 대신할 특수 조명 아래에서 길러졌다. 식물을 수분(受粉)할 곤충이 없었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손으로 수분했다.

씨앗을 심은지 103일만에 8개의 수박이 달콤하게 익었다. 이 수박은 지름 13cm에 무게 1kg 정도 되는 작은 크기로 자랐다.

보스토크 기지에서 농산물을 재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연구원들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라스테니아'(러시아어로 '식물'이라는 뜻) 프로젝트를 진행해 야채와 과일, 허브 재배에 도전했다. 지난 시즌에는 토마토 28kg, 후추 9kg을 수확했다.

보스토크 기지 연구원들은 블랙베리, 블루베리, 딸기 등 베리류 재배에 도전할 예정이다.

한편, 남극에서 '수박'을 기르는 데 가장 먼저 성공한 국가는 러시아가 아닌 한국이다. 남극세종과학기지는 지난 2021년 수박을 포함해 애호박, 고추, 토마토 등 농산물 기르기에 성공했다. 세종기지는 영하 25.6도까지 떨어지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