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리더십 공백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도 2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본업인 통신업의 견조한 성장과 미디어·클라우드·디지털전환(DX)으로 대표되는 비통신 신사업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냈다. 오는 3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재무통' 김영섭 후보가 대표이사(CEO)로 최종 선임되면 하반기 실적 개선세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T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대비 25.5% 증가한 576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3.7% 증가한 6조5475억원이다.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회사 측은 “B2C·B2B 사업의 균형 잡힌 성장과 그룹 핵심 신사업에서도 성장성을 증명하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먼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5G 회선이 928만명으로 핸드셋 기준 전체 68%를 차지하며 프리미엄 가입자 중심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디지코·B2B 플랫폼 사업수주는 작년 동기대비 19% 성장했고, B2B 통신 매출도 7.6% 늘었다. 디지코·B2C 매출도 미디어, 모바일플랫폼 사업의 고른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성장했다.
또 그룹 연결 자회사도 금융·부동산·콘텐츠·디지털전환(DX) 등 핵심 포트폴리오 중심으로 성장성을 증명했다. 2분기 그룹사 이익기여는 1686억원으로 전분기(980억원)보다 대폭 늘었다.
다만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역신장한 1조622억원이다. 통신업 성장성 둔화와 거버넌스 악재 속에 지난해 10조원을 넘겼던 KT 시가총액은 1년 만에 8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김영섭 대표 체제가 본격 가동되는 하반기 실적 반등을 일구는 것이 관건이다.
김 대표는 LG유플러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재무전문가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LG CNS를 이끌며 실적 개선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2015년 839억원이었던 LG CNS 영업이익은 지난해 3854억원으로 4.6배 늘었다. KT이사회와 노조도 김 후보가 정보통신기술(ICT) 전반과 통신업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KT 사업 체질 개선을 이끌 적임자라고 기대했다.
KT는 30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김 후보 대표이사 선임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의결 참여 주식 60%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KT CEO로 선임된다.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 사내이사 선임안도 이날 주총에서 다뤄진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온 CEO 공백 사태가 이달로 마무리되면서 KT 기업가치 제고와 성장동력 발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 후보는 주총 전까지 대외 행보를 자제한 채 미래 청사진 마련에 골몰 중이다. 현재 각 사업부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업무 파악을 시작했다. 본격적 업무 인수를 위해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작업도 조만간 시동을 건다.
김영진 KT CFO는 “신임 CEO 후보자 확정으로 하반기에는 안정적 경영체제 속에서 실적 개선을 이어가며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콘퍼런스콜에서 “김 후보가 갖춘 DX 역량과 본질에 기반한 성장 전략이 KT 미래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향후 신임 대표의 비전과 경영 전략을 공유할 수 있는 소통 자리를 별도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