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평소 관심 있었던 상품의 방송시간이다. 방송을 시청하며 이 상품을 구매하려면 다음의 선택지가 있다. 상품의 종류, 품질과 그 가격은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하자. ①TV를 켜고 '홈쇼핑 채널'을 틀어 전화로 주문한다. ②TV를 켜고 '데이터 홈쇼핑 채널'을 틀어 리모콘으로 주문한다. ③스마트폰으로 '라이브커머스'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이는 방송 시청의 수단과 결제 방식이 달랐지만 소비자의 상황과 편의의 문제다. 그런데 이러한 선택지들의 규제내용과 강도는 차별적이다. 이는 사업자들의 사업환경과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사례가 너무 단순하고 극적이지만 이는 '데이터 홈쇼핑 규제의 유통기한' 설명을 위해서다. ①과 같은 '홈쇼핑 채널'은 '생방송'이 가능하다.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쇼호스트가 '매진임박'을 외칠 수 있다. 매진임박은 실제 주문량을 폭증시키는 마법의 주문이다. 홈쇼핑 채널은 화면구성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 상품 구매율을 높이기 위한 창의를 발휘할 순백(純白)의 공간이 제공되는 것과 같다. 반면 ②와 같은 '데이터 홈쇼핑 채널'은 생방송이 금지된다. 녹화방송만 가능하다. 매진임박을 쇼호스트가 외칠 수 없는 것이다. 화면구성도 영상이 그 절반을 넘을 수 없다. 처음에는 영상이 화면전체를 채울 수 있지만 10초 후 나머지 절반은 데이터 영역으로 구성된다. 그런데다 홈쇼핑은 데이터 홈쇼핑을 겸영할 수 있다. 규제환경이 서로 너무나 다르다.
이러한 규제의 차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여러 논의가 있지만 가장 치명적인 법적 결함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실무적으로 이러한 규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데이터 홈쇼핑 개념 및 범위에 관한 법적 적용기준(이하 가이드라인)'과 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라는 내용의 데이터 홈쇼핑 재승인 조건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 가이드라인의 근간은 방송법상 '텔레비전방송'(홈쇼핑)과 '데이터방송'(데이터 홈쇼핑)의 개념 구분에 있다. 개념을 구별하므로 규제도 차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무릇 법률의 정의규정은 무엇이 규제대상인지를 알려주는 기능을 할 뿐이다. 법률의 정의규정으로부터 바로 구체적인 규제 내용이 도출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규제를 위해서는 입법자가 정의규정 후에 위치하는 법조문에 규제의 세부적인 내용을 확정해야 한다.
소관 부처가 그 세부사항을 정할 수 있지만 적어도 입법자의 '위임'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방송법에는 데이터 홈쇼핑에 대한 이러한 차별적인 규제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물론 데이터 홈쇼핑 재승인 시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의무를 조건으로 부가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떠한 의무가 조건에 규정되기만 하면 그 의무의 적법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홈쇼핑과 데이터 홈쇼핑의 차이를 생방송 편성금지와 화면비율 규제로 근거지우는 것은 '본질적'인 사항에 해당한다. 본질사항에 속하는 규제는 전적으로 입법자의 몫이다. 소관 행정부처의 행정작용에만 기대는 것은 헌법상 법치주의 원리의 핵심인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한다.
규제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규제의 정당성이 상실되면 폐기되어야 한다. 규제의 차이를 정당화하지도 못하고 법적인 결함마저 안고 있는 데이터 홈쇼핑 규제는 그 유통기한을 넘겼다. 최근 유튜브마저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당장 그 파급력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위기가 가중되었음은 분명하다. 방송생태계의 중요한 축인 데이터 홈쇼핑 규제는 합리화될 필요가 있다. 이제 라이브커머스에 대항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
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 airliftwing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