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분기 최대 실적은 5세대(5G) 이동통신 회선 증가와 기업간거래(B2B) 신사업의 견고한 성장세 덕분이다. 객단가가 높은 5G 가입 순증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하락을 방어했다. 비용 효율화에 힘입어 매출과 수익 모두 개선을 이뤘다.
그럼에도 통신업계는 쉽사리 웃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가시화되고 알뜰폰으로 이탈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그간 실적을 견인하던 5G 증가세도 점차 둔화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정부는 5G 요금 최저 구간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제4 이통 등 경쟁 사업자 등장 우려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는 2분기 합산 영업이익 1조3275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클라우드 등 탈통신으로 내세운 B2B 사업에 성장 속도가 붙은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이통사 표정은 썩 밝지 못하다. 외관상 이익은 증가했지만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마진율과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은 여전히 글로벌 통신사 평균에도 못미치고 있다. 2분기 SK텔레콤 영업이익률은 10.7%다. KT는 8.8%, LG유플러스는 9.9%로 한 자릿수대다. 미국 버라이즌과 AT&T 이익률이 25%대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EBITDA 마진은 세계 주요 통신사 중에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선두 사업자인 SKT는 ARPU가 3만원 밑으로 떨어졌지만, 정부는 5G 요금 시작 구간을 낮추고 로밍 요금 인하 등 전방위 압박을 지속 중이다.
5G 가입 증가에 의존한 실적 성장도 한계다. 시장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앞으로 5G 고객용 휴대폰(핸드셋) 가입자 증가세는 둔화가 불가피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5G 가입자는 3076만489회선으로 전월대비 1% 증가에 그쳤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2%대 증가율을 유지했지만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알뜰폰 증가세도 위협이다. 이통 3사 모두 알뜰폰으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상반기에만 44만1465명이 이통사를 떠나 알뜰폰으로 옮겨갔다.
각사는 B2B 신사업 영역에서 활로를 모색한다. SK텔레콤은 엔터프라이즈 사업 매출이 9.2% 늘며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AI 컴퍼니'로 도약을 서두른다. 최근 도이치텔레콤, e&, 싱텔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시키고 각사 핵심 AI 역량을 결집해 '텔코 AI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KT는 이달 경영 공백이 마무리되면서 하반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전환(DX) 신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등 안정적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체질 개선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10월에는 초거대 AI '믿음'도 내놓는다.
LG유플러스는 커넥티드카와 전기차충전 신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키운다. 임장혁 LG유플러스 기업신사업그룹장은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600억원 규모였던 B2B 신사업 매출은 올해 2배 늘어난 1200억원으로 예상되며, 2025년에는 2400억원까지 성장시킬 계획”이라며 “커넥티드카 사업 경우 내년이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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