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예술가 거리 브릭레인의 담벼락이 주말 동안 중국 사회주의 핵심 슬로건으로 뒤덮였다. 이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이 비판 글귀를 더하며 '낙서 전쟁'이 시작됐다.
브릭레인 담벼락은 평소 정치적 풍자 메시지를 담은 낙서나 그래피티(스프레이로 그려진 문자나 그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간의 '규칙'을 깨고 누군가 담벼락 전체를 흰색 페인트로 덮어버린 뒤 그 위에 붉은색 페인트로 한자 24글자를 적어서다. 중국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인 '자유', '평등', '법치' 등이었다.
이 낙서를 한 이들은 중국 유학생들이 주축이 된 '까치'라는 뜻의 필명 '이취에(一鵲)'를 사용하는 예술가 그룹이다. 이취에 멤버 중 한 명인 왕한쩡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문화 식민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낙서를 했다”고 밝혔다.
그 이후 브릭레인 담벼락은 중국 공산당을 풍자하는 내용의 낙서로 뒤덮였다.
평등이라는 단어 위에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의 명대사를 인용해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평등하다'라고 쓰기도 하고, '자유'나 '공정' 앞에 불(不) 자를 써서 '부자유', '불공정'이라는 단어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 홍콩, 신장, 티베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과 중국 내에서 고도로 검열되는 사건인 1989년 천안문 광장 학살을 비난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브릭레인의 기존 낙서를 모두 지워버린 것을 두고, 그래피티는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돼야 한다는 비판이 소셜미디어(SNS)에서 쏟아져 나왔다.
인권단체 홍콩워치의 베네딕트 로저스는 엑스(옛 트위터)에 “정권에 대한 선전으로 런던 브릭 레인을 더럽혔다”고 적었다. 중국 내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방해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가 아니다” “예술이란 이름으로 당신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이취에 그룹은 새로운 낙서를 예고했다. 이들이 한 낙서는 현재 런던 당국이 모두 지운 상태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