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홈쇼핑 생방송 허용, 전체 산업 위기 초래할 것”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TV홈쇼핑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정책방안 모색 세미나'가 열렸다.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TV홈쇼핑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정책방안 모색 세미나'가 열렸다.

데이터홈쇼핑 생방송 허용이 홈쇼핑 업체 간 경쟁을 과도하게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홈쇼핑 산업이 송출수수료 부담, 시청자 수 이탈 등으로 위기를 겪는 상황에 생방송 규제를 허용한다면 유사 TV홈쇼핑화를 초래해 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하주용 교수(인하대학교)는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TV홈쇼핑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정책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데이터홈쇼핑에 대한 규제 완화를 이유로 데이터홈쇼핑의 생방송을 허용하자는 논의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터홈쇼핑 생방송을 허용한다면 유사 TV홈쇼핑화에 대한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데이터홈쇼핑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보다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생방송에 집중할 것이란게 하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방송법의 문언 해석 및 데이터홈쇼핑의 도입 취지에 반하며 현실적으로는 채널 송출수수료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홈쇼핑 산업은 송출수수료 부담이 매년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년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 주요 현황'에 따르면 홈쇼핑 12개(TV홈쇼핑 7개·T커머스 5개)사들이 지난해 유료 방송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2조4148억원이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2021년(2조2490억원) 대비 7.4%(1658억원) 증가했다. 반면 홈쇼핑방송사업 매출은 작년 3조7094억원으로 전년보다 2.9% 줄었다. 전체 홈쇼핑사 영업이익 역시 71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7.9% 급감했다.

하 교수는 “생방송 허용은 한정된 채널번호를 둘러싸고 송출수수료 과다 인상을 초래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부담은 결국 협력사 판매수수료와 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진단했다.

홈쇼핑 사업자들의 경쟁 심화가 시장 과열을 초래해 소모적인 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변상규 교수(호서대학교)는 “17개에 달하는 채널 수와 높은 송출수수료의 현실적 한계를 가진 홈쇼핑 사업에서 경쟁 심화가 시장 과열을 초래한다”며 “이런 정책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 홈쇼핑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 유효화나 시의성 있는 개정, 부과된 규제 부담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명확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해야한다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강명훈 TV홈쇼핑협회 팀장은 “홈쇼핑과 T커머스는 엄연히 다른 사업 영역이다. 과거 정부는 데이터홈쇼핑 도입 취지와 경과, 재승인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때 데이터홈쇼핑에 대한 생방송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힌바 있다”면서 “만약 정부가 현행 방송법 개정 없이 T커머스 생방송을 허용한다면 지난 8년여간 정책적 오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최소한의 언급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팀장은 “데이터홈쇼핑에 대한 생방송 허용 여부에 대한 논쟁 사안이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고 궁극적으로는 시청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시청자가 유료 방송 서비스를 외면할 수 있어 명확한 정책방향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홈쇼핑과 TV홈쇼핑에 대한 역무 구분을 위해서라도 생방송이나 화면 비율 기준이 차등 적용되야한다는 해석도 있다. 또한 이를 권고 수준인 가이드라인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강제성있는 법규로 재정립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활빈 강원대 교수는 “현재 데이터홈쇼핑과 홈쇼핑의 역무 구분은 2015년 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며 “생방송이나 화면 규제 비율에 관한 규제는 강력한 것으로 최소한 법규 명령이나 시행령으로 규정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변상규 교수(호서대학교)가 '홈쇼핑 채널 증가에 따른 송출 수수료 이슈와 쟁점'을 주제로한 발제에 이어 하주용 교수(인하대학교)가 '홈쇼핑 산업 정책 이슈와 쟁점'에 대해 발표했다. 또 문철수 한신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TV홈쇼핑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정책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명훈 팀장(한국TV홈쇼핑협회), 김세원 팀장(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김용상 변호사(법무법인 인), 김활빈 교수(강원대학교), 노창희 소장(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로 구성된 전문가 5인의 종합토론도 이어졌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