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트북 시장이 처음으로 5개 분기 연속 전년 대비 역성장을 이어갔다. 코로나 특수 종료에 따른 수요 둔화에 업계 재고 조정까지 확대되면서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상반기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했던 신형 노트북과 게임 출시 효과도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PC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노트북 출하량은 약 58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LG는 물론 무섭게 추격했던 외산업체까지 일제히 출하량이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약 24만대를 출하, 41.3%의 점유율로 선두를 유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3%가량 출하량이 줄었다. 지난 2월 나온 '갤럭시 북' 신제품이 큰 인기를 거두며 1분기 5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한 분기 만에 40%대로 떨어졌다.
2위 LG전자도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7.9%가량 줄어든 11만대를 출하하는 데 그쳤다. 시장 점유율은 3%포인트 늘어난 18.9%를 기록했다.
'삼성-LG' 양강구도를 위협하던 외산 업체도 일제히 부진했다. 한때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시장 2위까지 치고 올라왔던 에이수스는 2분기에 2만여대를 출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만6000대를 출하한 것과 비교해 98% 이상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초 수주한 28만대 규모 경남도교육청 사업이 끝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시장 3위까지 넘봤던 애플은 올해 2분기에 5만대를 출하, 전년 동기 대비 24%가량 줄었다. 레노버(6만6000대), HP(3만9000대)도 지난해 수준에 그치며 부진 탈출에 실패했다.
국내 노트북 시장이 올해 2분기에도 반등에 실패하며 지난해 2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전년 대비 역성장을 기록했다. 시장 집계 이래 처음이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노트북 수요가 폭발하면서 국내 시장은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재택근무·온라인 수업이 차츰 해제되면서 수요가 줄기 시작한 데다 갑작스러운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소비심리가 크게 하락했다. 예상치 못한 수요 둔화로 노트북 재고가 쌓이면서 업계는 시장 출하량을 조정, 수량 기준 역성장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2분기를 반등 기회로 여겼던 노트북 업계는 예상 밖 부진에 고민이 깊다. 1분기 신제품 효과가 2분기까지 이어지지 않은데다 기대를 모았던 '디아블로4' 등 신규 출시한 게임도 수요 회복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다만 하반기 전망은 긍정적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업계가 강력한 재고조정에 나섰던 데다 교육, 공공, 일반 소비자 등 대부분 영역에서 수요 회복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권상준 한국IDC 이사는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진 역성장은 절대적인 수요 감소와 함께 코로나 특수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시장의 노트북 재고 부담이 빠르게 해소됐고, 점진적인 수요 회복도 기대되는 만큼 하반기에는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