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 “기업가치 높여라”…주가부양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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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 3사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주가 부양에 적극 나선다. 호실적에도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판단에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가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잇달아 내놓는다.

SK텔레콤은 내년 1월까지 3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사들인다. 이 가운데 약 2000억원어치를 소각 예정이다. 소각하는 주식은 보통주 429만1845주로다. 발행주식 총수의 1.96%에 해당하는 규모다.

KT도 자사주 소각에 동참했다. KT는 최근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마치고 1000억원어치를 소각했다. 발행주식 총수의 1.13%에 해당한다. KT의 자사주 소각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LG유플러스는 배당성향을 지난해부터 30%에서 올해 40%로 끌어올리며 배당 중심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간다. 회사는 보통주 1주당 25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총 1075억원 규모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21년 1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소각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통사들이 올 들어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는 것은 경영성과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통 3사는 올 2분기 영업이익 1조3275억원의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주가는 하락세다. 지난 10일 종가기준 SK텔레콤 주당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떨어졌다. 이 기간 KT와 LG유플러스 주가도 각각 17.0%, 18.5% 감소했다.

부진한 주가 흐름은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과 통신산업 성장세 둔화 등 대내외 부정적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각사는 즉각 주가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주주환원을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가치도 극대화한다는 포석이다. 유통주식수가 줄어들면 경영진 주요 평가 지표인 주당순이익(EPS)이 올라가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다만 이같은 주주환원 정책이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의 이익잉여금을 활용한다. 이익잉여금은 신사업 투자 재원이다. 자사주 매입을 늘릴수록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은 줄게 된다. 이통사는 인공지능(AI)·도심환경교통(UAM)·양자암호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 규모는 아직 미비하다. 6세대(6G) 이동통신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선점을 위한 투자자금도 필요하다.

이통사 모두 현금 곳간은 커졌지만 설비투자에는 소극적이다. 올 상반기 기준 SKT 이익잉여금은 22조7121억원, KT는 14조4040억원, LG유플러스는 5조576억원이다. 3사 모두 지난해 말보다 잉여금이 늘었다. 반면 상반기 설비투자비용(CAPEX)은 주파수 추가할당 의무 투자 조건을 채워야 했던 LG유플러스를 제외하면 SKT는 4.3% 줄어든 1조380억원, KT는 19.3% 감소한 1조3840억원에 그쳤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