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 소변으로 췌장 질병 진단…이성호 대구대 교수, 초고감도 진단 센서 개발

대구대학교는 이성호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비누 과학 원리를 이용해 소변 한 방울로도 췌장 관련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초고감도 진단 센서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췌장염, 췌장암 등 췌장 관련 질병은 생명에 큰 위협이 되는 중대 질병이다. 초기증상이 없고, 복잡한 진단 방법과 침습적 검출(채혈, 바늘생검 등), 높은 검사 비용으로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특히 췌장암의 조기 발견율은 10% 이하로 낮다.

이성호 대구대 교수 연구팀의 연구성과가 실린 'ACS Sensors' 표지논문 이미지
이성호 대구대 교수 연구팀의 연구성과가 실린 'ACS Sensors' 표지논문 이미지

연구팀은 비침습적인 진단법 개발을 위해 췌장에서 비정상적으로 분비되는 트립신(trypsin)을 감지해 발병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초고감도 진단 방법을 연구했다. 하지만 비침습적 검사 방법은 췌장에서 분비되어 소변으로 배출되는 트립신의 농도가 워낙 낮아 농도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기가 쉽지않다.

연구팀은 소변 내에서의 트립신이 극미량이라도 매우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초고감도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 비누 과학의 원리를 이용했다. 비누는 물 분자와 쉽게 결합하는 성질인 친수성 부분과 그렇지 않은 소수성 부분(또는 친유성 부분)의 분자 내 분리 구조(미셀)로 옷의 얼룩을 제거하는 원리다.

왼쪽부터 박태민(제1저자), 한민우(제2저자), 이성호 교수
왼쪽부터 박태민(제1저자), 한민우(제2저자), 이성호 교수

결국 연구팀은 소수성 형광체가 분자 내부에 위치하면 물과의 접촉이 줄어들어 높은 형광 양자 수율을 보이는 미셀 기반 화학 센서를 개발했다. 미셀 내부 채널로 전자가 효율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극미량의 검출 물질에 대해 매우 민감한 신호 전달 능력을 갖는다.

이성호 교수는 “채혈 대신 소변으로 더욱 간편하게 췌장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자가검진키트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췌장 관련 질병 조기 진단 가능성을 높여주는 의미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샌안토니오 소재 텍사스주립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 대학의 커크 S. 쉔즈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또 박태민 대구대 석사과정 졸업생, 한민우 석사과정생 등이 함께 발표한 이번 연구논문은 최근 분석화학 분야 상위 5% 이내 논문에 속하는 세계적인 저명 학술지 'ACS Sensors' 표지논문(Supplementary Cover Article)으로 선정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