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프롭테크, 수신료 분리징수 해결 단초

[ET톡] 프롭테크, 수신료 분리징수 해결 단초

TV 수신료 분리 징수로 한국전력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대주관)는 국토교통부로부터 한시적 협조를 요청받고 관리사무소에 수신료 분리 징수 지원 입장을 전달했다.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봉합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주관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현행 체계 하에서 TV 수신료를 관리사무소가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권한 부재뿐만 아니라 업무 가중과 비용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관리사무소가 관련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비해 운영하는 경우 상당한 개발 비용이 들어간다. 이는 전체 아파트 입주민 관리비 상향 평준화를 야기한다. 작은 아파트 단지의 경우 관리사무소가 없다는 점도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수신료 분리 고지를 하기 위해 직원 추가 채용이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추가 인건비가 발생한다. 대주관은 억울하다. 관리비 인상이 대주관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음에도 인상 요인을 오해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기술 기반 프롭테크를 활용하면 이같은 미봉책을 해결할 수 있다. 입주민과 관리사무소를 앱으로 연결해 주거 생활 편의를 제공하는 아파트 프롭테크를 활용하면 된다. 프롭테크를 쓰는 입주민은 이미 모바일 고지서 발급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추가 개발을 통한 수신료 분리 징수 의사 문의와 분리 청구 등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입점 아파트 외의 단지에서도 이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방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프롭테크 기업들은 해당 시스템 개발을 무료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 업체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한전이 이를 활용하는 경우,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적시성 측면에서도 적합하다. 또다시 제도 변화가 발생할 경우 전문 개발팀이 대응해 시스템을 발 빠르게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보호 및 해킹 대응 시스템도 철저히 갖췄기에 보안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징수 또한 효율적으로 해결 가능하다. 분리 납부를 신청한 개별세대에게 모바일로 편리하게 수신료 납부용 계좌를 제공할 수 있다. 금융기관과 협력해 자동 이체 시스템 구축도 가능하다. 이용자와 관리사무소, 한전까지 비용·적시성·개인정보 보호·징수 효율 측면에서 윈윈이다.

갈등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프롭테크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방통위와 국회가 나서 방송법 내 프롭테크의 대리 업무를 허가하는 내용을 추가하면 된다. 기술로 비용·징수 권한·개인정보 보호 등이 얽힌 고차방정식을 해결해야 할 때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