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135〉왜 다시 산학협력인가?

류석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협력처장
류석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협력처장

제조업 기반 산업구조에서 한국의 '현재'를 가능하게 했던 산학협력은 디지털 혁신 시대 '미래' 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산업과 과학기술 선순환의 중심축으로 작동해온 산학협력은, 오늘날 한국사회가 직면한 복합위기의 돌파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의 대학은 교육과 연구라는 본연의 기능에 더해 '산학협력'이라는 특별 임무를 통해, 한국의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연구재단의 대학산학협력활동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대학의 87%에 이르는 358개 대학이 산학협력단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산학협력은 대학의 중심조직으로 성장했다.

빠른 추격자 시대의 전통적인 산학협력은 정부주도형 인력양성, 연구개발과 사업화, 기술이전과 산업자문, 보유자원 공동 활용 등에 집중하였다. 인구감소, 기후변화, 기술패권경쟁, 산업구조 전환기의 산학협력에는 공공기술 사업화, 창업, 플랫폼 구축, 지역 활성화 및 소멸 대응 등 다양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산학협력은 사회·경제·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대전환기를 맞아 능동적인 변화와 쇄신을 요구받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산학협력은 기업, 대학, 연구소, 학생,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지역 등 모두를 위한 맞춤형 산학협력을 지향함으로써 공동체 전반의 상생을 도모하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해야 한다. 새로운 산학협력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coop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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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업종·지역별 '맞춤형 산학협력' 정책이 필요하다. 수요 다변화 시대 산학협력은 규모, 지역 여건, 참여 주체의 역량에 맞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사례로 글로벌 기업과 상위권 대학 중심의 글로벌 산학협력 정책, 업종과 특정 기술 영역이 중심이 되는 커뮤니티 산학협력 정책, 지역 기업, 대학, 연구소 들이 참여하는 로컬 산학협력 정책 등으로 구분돼야 한다.

국가연구소도 산학협력 혁신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출연(연)은 고유의 핵심 미션에 더하여, 디지털 혁신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산학협력 생태계의 핵심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 출연(연)에도 대학의 산학협력단과 비슷한 개념의 산학연협력단을 설립하고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지·산·학·연 협력사업 주도, 전문연구인력양성 등에 참여토록 한다.

지자체가 주체로 참여하는 지·산·학 협력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소멸의 새로운 해법으로 '지·산·학'이 부상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권한이 이양되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의 대학 권역을 산학연 협력 클러스터로 개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재정적 지원과 장려 정책이 필요하다.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하여 대학 주변의 획일적인 규제를 풀어 지자체, 기업, 대학, 연구소, 청년이 함께할 수 있는 기술과 스타트업 기반의 새로운 지산학 해법으로 지방소멸에 대응할 수 있다.

국가 산학협력 거버넌스의 정비 및 강화를 제안한다. 국가 산학연협력 정책을 보다 실효적으로 추진하고 다부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의를 보다 활성화하고 위원회 운영을 실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을 보완하여 명실상부한 산학협력 거버넌스 확보가 시급하다. 또한 대학의 재정확충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대학 내 산학협력 거버넌스 개편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요지향적인 산업 인력양성 정책을 범부처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산업 인력의 수요-공급 미스매치, 수요지향적인 인력양성 등은 기업이나 대학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국가 산업 및 과학기술 수요에 근거한 범부처 인력양성 전략 수립과 함께, 현재 거꾸로 가고 있는 현장실습(인턴십)의 획기적인 개선, 공학교육인증 제도의 고도화, 국내에 유학 중인 외국인 우수인재 유치 및 활용 방안을 지원·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류석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협력처장 seoghyeon.ryu@u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