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혁신 단상] 〈10〉건설혁신, 시스템 관점과 주기적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유정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유정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짓던 아파트가 무너졌다. 1년 사이에 두 번이나. 온 세상이 시끄럽다. 그럴 수 밖에.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아파트는 총 1195만호로 모든 주택의 63.5%를 차지하고, 전체 가구의 약 52%인 1114만 가구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데, 이 정도면 남의 일이 아니지 않는가? 내가 사는 아파트는 괜찮은지, 부모, 형제자매, 자식이 사는 아파트는 괜찮은지... 모든 국민의 관심을 끌고도 남음직한 사건이다.

책임 공방이 시작됐다. 먼저, LH의 무량판 공법 적용 아파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며 전단보강철근의 누락과 관련 있는 설계사, 시공사, 감리사 이름이 공개됐다.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히는 느낌이다. 최상위권 아파트 브랜드를 자랑하던 시공사가 순살 아파트를 짓는 기업이라 놀림받는다.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 집단간 다툼도 점입가경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근누락 등 후진국형 부실시공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부실감리라 지목했다. 발주기관인 LH에 설계, 감리, 시공에서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LH 퇴직자가 취업하거나 창업한 기업과 LH에서 발주한 설계나 감리 용역과의 관련성에 대한 논란이 시끄럽다. '전관 카르텔'이라며 회사 이름과 사람의 성씨나 이니셜이 떠돌아 다닌다. 누구 탓인지, 누구의 탓이 더 큰지 밝혀내는 데 모두 열을 올린다.

건설사업은 시스템이다. 각각의 세부 시스템이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크고 정교한 시스템이다. 기획, 설계, 시공, 감리 등이 전체 건설사업을 구성하는 세부 시스템이다. 각각의 세부 시스템 내에서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또 경우에 따라 건설사업관리자 등 각 참여주체는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그에 맞는 책임과 권한을 서로 약속하고 일한다. 건설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각 세부 시스템이 정교하게 구성·운영돼야 하며, 그 과정에서 체계적 관리가 요구된다. 그리고 건설사업의 궁극적 목적 달성을 위해 세부 시스템을 총괄적으로, 통합적으로, 그리고 유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여기에 더해 건설사업을 둘러싼 각종 제도도 일종의 거시적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데, 각종 인허가, 승인, 인증 등의 이름으로 건설사업의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품질관리에 대해 공부해본 사람은 데밍(William Edwards Deming, 1900~1993)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품질관리 하면 떠오르는 PDCA(Plan-Do-Check-Action) 사이클을 데밍 사이클로도 부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대부분 시스템의 결함에서 비롯된다. 사람은 시스템이 허용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없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거나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who?라는 질문 대신 what?이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건설사업이라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할지 좋은 힌트를 준다

건설사업 시스템이 부실하게 작동하면 건설산업이 부실산업이 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 건설사업은 총체적 부실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관점에서 무엇을 해야할까?

첫째, 데밍의 관점에서 얘기해보자면, 누구의 탓인가를 따지는데 열중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되짚어 봐야한다. 물론 그것도 필요하고 처벌도 필요하지만. 그리고 세부 시스템의 보완을 통한 대증요법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부실감리가 문제의 한 요인이었으니 감리제도를 개선한다거나, 구조설계가 말썽이니 구조검토 절차를 강화한다거나 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전체 시스템을 조망하면서 종합적 진단과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그래야 전체 시스템의 균형잡힌 개선이 가능하다.

둘째, 어떤 시스템이든 유효수명이 있고 운용에 따른 노후화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건설사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건설사업 시스템의 업데이트나 업그레이드가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기능공의 노령화나 외국인 기능공의 급증, 프로젝트 단위 계약직 기술자의 증가, 경쟁조건의 변화 등과 같은 건설사업의 내적·외적 변화요인의 예를 들어볼 수 있겠는데, 이런 변화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건설사업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타이밍인데, 사후적 개선보다 문제를 예견하고 미리 시스템을 손보는 예방적 유지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건설혁신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국부적 처방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건설혁신을 위해서는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 동기부여에 힘쓰고 경우에 따라 처벌을 강화하는 것, 미래지향적 기술이나 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등 이런 모든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건설사업을 시스템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 그리고 이 시스템의 유효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도 건설혁신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자.

유정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myazure@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