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호실적을 보였던 국내 자동차 산업계가 뒤숭숭하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약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실시한 '미래차 전환기 부품 업체 경쟁력 제고'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부품 업체 80개사 가운데 66곳은 원자재 가격 증가를 영업이익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국제 원자재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원자재 구매 비용이 늘고 있다.
부품 업계는 단기적으로 코로나 이후 숨통이 트였던 자동차 판매 감소로 인해 매출 동력이 떨어질까 걱정한다. 실제로 한국지엠(한국사업장),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차 등 중견 자동차 업계의 7월 국내 자동차 판매는 1만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부품 업계는 장기적으로 자동차 대기업의 미래차 전환 협력 중요성을 강조한다. 순수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침투율이 지난해 13%에서 2030년 56%, 2035년 88%로 늘어나지만 이에 대한 기존 부품 업계의 역량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순웅 한국자동차연구원 기업성장본부장은 “부품사 가운데 전기차 분야로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이 절반을 넘는다”면서도 “전기차 수요 발굴과 정보 접근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우려했다. 완성차 고객사가 기술 동향, 개발 정보와 관련해 부품 기업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제2의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전략적 자립과 자동차 부품 국산화 비중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전기차 선두 업체 테슬라의 거래 기업을 분석한 결과 '전기차 배터리 제조'와 관련된 분야에서 중국 기업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닛케이는 “전기차의 심장부인 배터리 분야 주도권을 중국이 쥐고 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예측 가능한 범위를 크게 뛰어 넘을 수도 있다. 미래 자동차 시장 변화의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완성차 기업이 국내 부품 기업과 함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긴밀한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KG모빌리티,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차 등 완성차 업체가 부품 기업과 손잡고 단기 실적 개선 기반과 함께 미래차 시대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부품업계도 그동안 화석연료 기반의 자동차에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미래 자동차에 요구되는 디지털과 IT분야로의 진출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