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는 정부와 의료계가 오랜 기간 고민하고 논의한 주제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는 비대면진료가 실시됐으나,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와 이해관계자간 첨예한 갈등으로 비대면진료가 적극적으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대로 비대면진료는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이후 약 3년간 국민과 의료진의 높은 호응에 힘입어 비대면진료는 효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입증했다. 국민 1379만명이 3661만건 이상 비대면진료를 이용했다. 이는 진료 항목으로 코로나19를 제외하더라도 환자 329만명 대상 736만건 이상 진료를 포함한다. 전체 국민의 약 20%에 해당하는 이용자가 비대면진료를 사용한 것이다. 비대면진료라는 새로운 형태 의료서비스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물론 비대면진료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대면진료 반대측은 의약품 오남용 혹은 대면진료에 비해 부족한 진찰과 이에 따른 오진을 걱정한다. 이러한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 마약류나 오남용 우려 의약품의 비대면처방 및 조제는 2021년 11월 보건복지부가 금지한 바 있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에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중 비대면 진료 관련 건은 처방 과정에서의 누락·실수 등 5건으로 상대적으로 경미한 내용이며, 그 빈도 역시 적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몇몇 까다로운 조건에 부합하는 소수의 환자만이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범사업이라는 정책으로 비대면진료를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진 환자, 섬·벽지 거주자, 장애인, 장기요양등급자 등 이전보다 훨씬 제한적 대상만이 포함된다. 이런 규제는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크게 제한하며 의료접근성을 저하한다. 하물며 그렇게 힘들게 비대면진료를 본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경우 약은 배송받지 못하고 직접 약국에 방문해야 하는 반쪽짜리 제도다.
현재 시범사업은 비대면진료를 진정 필요로 했던 이용자가 비대면진료의 덕택을 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바쁜 일상에서 감기나 비염 등 경증 및 일시적 질환 완화를 위해 간단한 처방을 받고자 하는 직장인, 육아를 전담해 본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려운 부모,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아프지만 병원을 가지 못해 고생하는 아동, 밤 늦게 갑작스럽게 나타난 증상으로 인해 고생하는 국민 등은 비대면진료를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다. 지난 3년을 보더라도 비대면진료는 전체 진료의 1% 미만으로, 환자가 대면진료를 보기 어려운 상황에도 필요한 진료를 제공하고, 보건의료 취약지역 주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노인 등 의료취약계층의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인 비대면진료에 대해 다같이 열린 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생산적 토론을 하며 한 발자국씩 나아갔으면 한다. 지난 3년간 비대면진료의 효용성과 안정성에 대해 냉정하게 분석하면서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개방적 태도와 실효성 있는 의견 교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지양하고, 발전적인 논의를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비대면 진료가 되길 바란다.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 공동대표 jaewon.sun@merakiplac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