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KAIST 총장은 '괴짜'를 뽑아 창의적 인재로 키우는 교육을 제안하고 있다. 이제 암기(暗記)는 메모리 반도체에 맡기고 소수라도 우수 인재에 수월성 창의(創意) 교육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이런 교육은 리스크가 커진다. 운동선수처럼 성공의 대가도 크지만 실패 가능성도 높다. 교육부의 교육 개혁은 보편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북한 자강도에서 발사하는 원자탄이 서울에 떨어질까 우려해 우리도 독자적으로 원자탄을 개발하자고 한다. 원자탄이 왜 필요한가? 핵폭발로 서울 인구 100만명이 피해를 입으면 평양 시민에게 같은 피해를 주려고? 한미 방위조약으로 약속한 미국이 보복 원자탄 폭격을 안 해줄까? 미국 국회에서 반대하면 대통령이 즉각 결정을 못 할 수 있다. 그러나 핵전쟁이 일어나면 한 시간 안에 한반도가 쑥밭이 돼 국가가 아예 사라져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핵 위협을 즉각 제어할 수 있는 방위력을 갖추지 않으면 세계 금융계가 한국 투자를 불안하게 생각한다.
원자탄을 실은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저고도(低高度) 사드 (Terminal Low Altitude Area Defense)미사일을 다량 탑재한 원자력 잠수함을 흥남 부두 앞 국제 해역(海域)에 배치하면 어떨까? 미사일이 주행하는 데 몇 분 안 걸리는 우리 영토에 사드 배치는 실질적이 아니다. 그것도 중국은 반대하고 있다. 소형원자로(SMR)를 동력으로, 원격으로 조정하는 무인(無人) 잠수함은 그냥 '괴짜'의 아이디어에 그칠 뿐일까?
이 '괴짜' 아이디어에서 시작하면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는 원자력 발전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전력을 세부 기관에 필요할 때 전달해 주는 배전 장치(이차전지도 포함)도 필요하다. 또한 원격 조정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해저까지 통과하는 광대역 통신과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저(低) 전력 NAND 셀과 같은 디바이스와 소프트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 기술도 불량없이 완벽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향후 한국의 산업 경쟁력의 핵심 기술이다. 대부분 지금 KAIST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포함된다.
냉전에서 평화는 전투 능력에 달려있고 시장에서 기업의 수익은 기술 능력에 달려있다. 이런 경쟁에서는 앞자리에 비범한 창의력 있는 괴짜들이 앉아 있다. 누구를 뽑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가? 보편 타당성 있는 대학 교육으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 특수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가 또는 기업이 특별한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자유와 평등을 사회정의로 받아 들이는 국민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는 소수의 희생자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다. 수능 시험으로 줄 세우기로는 안 된다.
KAIST는 1972년 정부출연기관으로 설립됐다. 출연금 운영으로는 재정을 충당하기 어려운 시절 교육부 대신에 과학기술부가 매년 정부 예산으로 운영해 왔다. 초기에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인재를 높은 봉급으로 초치해 교수진을 구성했고 병역 면제 조건으로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그 특혜는 평준화 되었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기관도 여럿 생겨났다. 기초 생활도 어렵던 발전도상국에서는 평등, 균형발전이 우선했지만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이젠 다양성이 우리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한다.
35년 전 황량했던 대전 캠퍼스에 내려가 '오리연못'에 태양전지 분수를 만들었던 괴짜 교수는 반도체 기술자들을 양성해 반도체 산업에 기술인재를 공급했고, 오리들과 대화하던 괴짜 교수는 동급생에게 왕따 당하던 괴짜를 이끌어 국내 최고의 IT 기업을 창업하게 했다. 지난 반세기 KAIST는 주어진 임무(Mission)대로 발전도상국 한국에 필요한 세계 최고의 인재(괴짜)를 양성한 것 틀림없다. 이제 한국이 북핵(北核)과 대처하면서도 선진국 중 앞서가려면 숫자는 적더라도 차별화되는 천재적인 인재들이 있어야 한다. KAIST에 새로운 임무를 주고 괴짜 교육에 전폭적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세계 금융계는 한국의 신용평가에서 북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새만금 잼버리에서 떨어진 국격(國格)은 하버드대 출신 총리가 변기 한번 닦는 것으로 간단히 회복시키지 않았는가? 영국 젊은이들은 다음 한국 잼버리에도 K-팝을 보러 참석 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김정은의 북핵을 보다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배순훈 KAIST 발전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