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연구 or 의료?”…국내 DCT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산업 관점에서 본 DCT 기술 분석 (자료=가톨릭의대 한승훈 부교수)
산업 관점에서 본 DCT 기술 분석 (자료=가톨릭의대 한승훈 부교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세계적으로 분산형 임상시험(DCT) 방식을 이용한 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코로나19가 촉발했지만 병원 중심 임상을 환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진 계기가 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DCT 시작인 임상시험 전자동의와 시험대상자 등록을 위한 전자동의서 정도만 채택됐을 뿐 임상 전 과정에 걸친 분산형 임상은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작년 디지털치료기기(DTx) 개발에 처음 DCT를 적용해 화제가 됐다. 웰트가 개발한 불면증 치료제 '웰트-I' 임상에서 제이앤피메디 DCT 솔루션을 도입했다. 임상 대상자 모집부터 참여 동의, 데이터 수집, 모니터링 등 대부분을 비대면으로 수행했다. 이는 DTx 특성이 DCT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하게 DCT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이앤피메디는 꽉 막힌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바이오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에서 DCT 전문 인력·산업 육성 목표를 내걸었다. DCT를 활성화하기 위해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관련 제도 개선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임상 실무역량을 갖춘 전주기 전문가 양성 일환으로 분산형 임상시험 전문인력 양성도 언급했다.

아직 가이드라인은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DCT를 도입하기 위한 정부 과제가 시작됐다. 지난 5월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스마트 임상시험 신기술개발 연구사업을 공모했다. 서울대병원 컨소시엄이 '범국가 분산형 임상시험 기반 마련을 위한 원격모니터링 등 신기술 개발·확산 연구' 과제 사업 주체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2027년까지 5년간 △임상시험 데이터웨어하우스(CTDW) 기반 원격 모니터링 요소기술 △환자 기반 원외자료 수집 요소기술 개발을 연구한다. DCT 범국가 확산에 필요한 정책 분석과 가이드라인 개발도 포함됐다.

민간 기업 차원의 연구개발과 글로벌 시장 타깃의 사업화 시도도 시작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지아이바이옴, 인공지능(AI) 스마트워치 기반 복약관리 솔루션 기업 인핸드플러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플랫폼 기업 지아이비타는 DCT 사업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복약 모니터링과 개인 맞춤형 복약관리 서비스를 임상에 적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DCT 플랫폼을 개발하는 게 골자다.

임상 전문가들은 국내 DCT를 활성화하려면 해외 홈헬스케어(HHC) 서비스 개념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HHC가 '가정연구'에 속하는 만큼 진료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해야 현행법과 배치될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유럽에서 활발한 HHC 서비스는 연구 간호사가 임상 대상자 가정을 방문해 검체채취, 임상약물 투여 등 임상시험 절차를 수행한다. DCT 활성화 주요 축으로 떠오른 분야다. 국내에서는 HHC 서비스를 수행하는 재택방문 연구자 자격과 업무범위가 의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전자동의(eCONSENT)와 원격시험방문(Televisit)이 비대면 진료 혹은 원격의료라는 시장 오해도 불식시켜야 한다.

한승훈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부교수는 “미국은 홈헬스케어 산업이 모두 합법이지만 우리나라는 임상시험부터 어디까지 홈헬스케어 영역으로 볼 것인지 정리되지 않았다”면서 “임상시험에서 사용하는 약물이 의약품인지, 가정방문이 의료행위인지, 임상시험이 연구인지 의료인지에 대한 정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