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뇌사자가 한 달 넘게 거부반응없이 생명 유지를 이어가면서 '이종(異種)간 장기이식'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 의대 랭건병원 소속 연구팀은 이날 유전자 조작 돼지 신장을 뇌사자 모리스 모 밀러(57·남성)에게 이식한 결과 32일째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밀러의 사례는 돼지 신장을 사용한 뇌사자 실험 중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돼지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하는 데 최초로 성공한 앨라배마대 의료진의 실험에선 돼지 신장의 정상 기능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했다.
동물의 신장을 이식했을 때 가장 문제가 됐던 면역 거부 반응도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이식된 신장은 독소를 여과하고 소변을 생성하는 기능을 보였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뉴욕대 연구팀은 유나이티드세라퓨틱스의 자회사인 리비비코어에서 만든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신장을 사용했다.
같은날 앨러배마대 연구팀도 올해 초 진행한 돼지 신장 이식 실험 연구 결과를 미국 의사협회 저널(JAMA)에 게재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앨러배마대 연구팀이 사용한 돼지 신장은 뉴욕대 연구팀과 마찬가지로 리비비코어에서 만든 것이다. 다만 앨러배마대는 10종류의 유전자를, 뉴욕대는 인간 면역체계가 공격하는 단백질 '알파갈(α-gal)'을 제거하는 유전자 1종류만 변형해 사용했다.
특히 앨라배마대 연구 결과에서 돼지 신장은 근육에서 생성되는 노폐물인 크레아티닌을 제거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크레아티닌은 대부분 신장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신장기능을 판단하는 지표다.
앨러배마대 연구팀은 돼지 신장이 일주일간 정상 기능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지속할 수도 있었지만 유족 존중 차원에서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장기기증 네트워크(UNOS)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현재까지 10만 3479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 중 8만 8651명이 신장이 필요한 환자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단 2만 6000여 명만이 신장을 이식받았다.
실험이 진전을 보임에 따라 이종 간 장기이식이 턱없이 부족한 장기 부족 문제의 해결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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