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인 플라스틱은 원하는 모양대로 쉽게 가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로부터 유래한 단어다. 문자 그대로 복잡한 형상도 저비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 사용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편리함과는 다르게 플라스틱 폐기를 위한 소각 또는 매립 과정에서 유해성 환경 호르몬 방출, 토양 속 매립 가스 발생 등으로 심각한 환경 오염의 주범이다.
일상의 편리함과 지구 수명을 맞바꾼 플라스틱을 '친환경'에 더 가깝도록 시도하는 과학계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이어 곤충을 원료로 한 '고기능성 바이오 플라스틱'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된다.
미국 텍사스A&M대학 캐런 울리 교수팀은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화학회 가을회의(ACS Fall 2023)에서 파리목 곤충의 한 종류인 '동애등에'를 원료로 한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기존 플라스틱의 치명적 단점은 자연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데 1만년 가까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옥수수, 사탕수수 등 천연물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했으나 완전 분해를 위한 전문 처리 시설이 필요하거나 시설 운영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기존 플라스틱의 단점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미생물을 활용한 자연분해 플라스틱도 개발이 이뤄졌으나 이는 기존 플라스틱 제조 단가보다 평균 3배 이상 높아 경제성이 떨어진다.
카렌 울리 박사 연구팀은 이러한 대체 플라스틱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곤충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동애등에 사체의 겉껍질 분석을 통해 키틴을 대체 원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키틴은 갑각류와 곤충의 껍질을 강화하는 비독성 생분해 설탕 기반 고분자로 생분해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동애등에 사체로부터 확보한 키틴을 정제 후 아세틸기를 떼어내 키토산으로 전환하고, 기능성 그룹을 더해 흡수력이 뛰어난 하이드로겔 형태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이 바이오 플라스틱은 자체 무게의 47배에 달하는 물을 흡수해 저장할 수 있는 뛰어난 흡수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개발된 바이오 플라스틱은 홍수 때 물을 흡수한 뒤 가뭄 때 방출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며, 생분해성 소재로 분해 시 발생하는 물질이 식물 영양분으로도 활용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동애등에 유충은 다양한 단백질과 영양소 성분으로 이뤄져 동물 사료나 음식물 쓰레기 분해 등에 활용되는 반면 이번 연구에서 원료로 활용된 동애등에 성체 사체는 활용 가치가 없어 그대로 버려졌다는 점에서 쓰레기를 유용한 물질로 만든 선순환 친환경 원료로 그 가치가 더욱 크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이어 키틴을 단량체인 글루코사민으로 분해하는 후속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글루코사민을 원료로 석유화학 물질로 만들어지던 폴리카보네이트, 폴리우레탄 등 플라스틱을 생분해성으로 만들 수 있는 연구다.
이 같은 연구를 통해 문자 그대로의 친환경 실천이 가능한 완전한 바이오 플라스틱이 상용화되고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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