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발행 요건이 창업 이후 총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고, 최종 투자가 50억원 이상인 벤처기업으로 정해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21일 입법예고했다. 42일간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11월 17일부터 시행한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복수의결권 발행 요건에 대한 세부 사항이 담겼다. 당초 벤처기업법 도입 추진과정에서 논의됐던 '창업 이후부터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아야 하며, 이 경우 마지막에 받은 투자가 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 그대로 정해졌다. 요건 산정 시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투자는 합산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는 시리즈A 단계 평균 투자금액을 20억~50억원 수준으로 본다. 시리즈B 단계에 접어들어야 50억~100억원 단위 투자를 받는다. 통상 국내 벤처기업은 시리즈B 단계만 들어가도 투자사가 10개 안팎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기업이 복수의결권 제도를 정관에 도입하고, 복수의결권 부여 주식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정기총회를 열고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특별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3 이상 주주가 찬성해야 한다.
창업자에 복수의결권을 부여할 경우 투자자의 실질적 의결권이 희석된다. 때문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투자자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시드단계 또는 시리즈A 단계에서 기업을 발굴해 투자한 VC조차도 회수에 나서기는 다소 이른 시점이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복수의결권 도입 논의를 주주총회까지 가져갈 기업이라면 애당초 복수의결권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투자자와 창업자간 신뢰가 구축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정부가 스타트업 지배구조(거버넌스)에 대해 지나치게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효성과 관련한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업계 전반이 반기는 분위기다. 유니콘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에게 어느 정도 경영권 방어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새 스타트업 문화를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는 “실효성 등 제도적 미비점은 운영 과정에서 풀어나가면 된다”라면서 “복수의결권 도입으로 과거와는 달리 창업자와 VC의 관계가 함께 기업을 성장시켜 나가는 파트너십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복수의결권 제도가 혁신 벤처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세심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