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79〉혁신 바소 콘티누오

냅킨(Napkin). 이 꽤 오래된 단어는 원래 식탁보를 의미하던 프랑스에서 왔다고 한다. 이것이 중세에 냅킨(nappekin)으로 쓰이다가 14세기 쯤 식탁에서 입술과 손을 닦는 데 사용하는 작은 네모난 천 조각의 의미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원래는 씻어서 다시 사용하는 용도였겠지만 요즘 흔한 종이 냅킨은 쓰고 버리는 용도다. 보통 민무늬 흰색 냅킨이 흔하지만 종종 화려환 색과 문양을 프린트한 경우도 있다. 그러니 종종 손에 몇 번 쥐었다가 정작 호주머니에 넣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혁신은 반복될까 아니면 일회용에 가까운 것일까. 실상 이 질문에 정답은 빠져있다. 왜냐하면 혁신은 같은 사각형 냅킨으로도 접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모양새를 낼 수 있는 탓이다.

그리고 이 냅킨 위에 수많은 혁신이 그려진 바 있다. 아르파넷(ARPAnet)은 1969년 12월 종이 한 장으로 그려졌다. 단지 4개의 동그라미, 4개의 네모, 7개의 선으로 구성된 이것은 훗날 인터넷으로 불리는 것이 됐다. 이 아르파(ARPA)란 곳은 요즘 국방고등연구계획국, 즉 다르파(DARPA)가 되었다.

이 점에선 사우스웨스트 항공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식당에서 창업주 허버트 켈러허가 자신의 고객이자 동업자가 된 롤린 킹에게 냅킨 위에 그린 세 개의 선으로 시작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보통은 냅킨 위의 혁신은 이 정도 뿐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잭 웰치가 만든 GE 조차 이랬다.

1990년대 후반은 닷컴의 시대였다. 이름 옆에 “.com”이 있는 모든 것에 열광하고 있었다. 모두 이것이 비즈니스의 미래라고 생각했고, 벽돌과 회반죽으로 쌓아올린 크고 오래된 제조업체들은 사라질 구닥다리로 여겨졌다.

잭 웰치는 이점에서 조금 다른 생각이었다. 그는 예전에 수레나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팔았던 것이 이젠 인터넷이란 기술을 입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판매는 더 빠르고 더 글로벌해졌고 비즈니스는 딴판이 됐지만 실상 이런 가상 매장이나 경매 사이트를 만드는 건 GE가 그간 해온 것에 비하면 별것 아닌 것이기도 했다.

웰치는 종이 한 장에 그래프를 두 개를 그린다. 그중 하나는 닷컴 모델이었다. 논리인 즉은 새 닷컴 기업이 수익을 내려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고, 손실은 한동안 눈덩이가 되고 실상 손익분기점이 어디일지 불확실하다. 왜냐하면 더 큰 수익은 더 큰 비용을 의미하는 탓이다.

하지만 GE 같은 빅-올드 보이의 셈법은 다르다고 보았다. 어쩌면 GE에게 유일한 추가 비용은 인터넷 시스템 개발 정도였다. GE는 이미 강력한 브랜드와 제조, 유통을 포함한 주문이행시스템을 갖고 있다. 물론 비용은 들겠지만 인터넷이 생산성을 조금만 높여주고 일단 비용 절감이 시작되면 손익분기점은 생각만큼 먼 여정이 아닐 수 있었다. 새 닷컴기업과 닷컴 모델이 주는 혜택은 더 가깝고 더 크고 확실한 회수가 가능한 셈이었다.

이렇게 웰치는 닷컴이란 기술 대신 이것의 이점에 집중할 수 있음을 인식했다. 여기에 6 시그마를 덧붙여 GE는 어느 닷컴기업 만큼 완전하게 인터넷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고,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재임 동안 GE의 매출은 6배, 시총은 30배가 되었다.

우리는 종종 새로운 것에 시선을 뺏긴다. 그것을 보니 탐스럽고 먹음직했다는 어느 경전의 구절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혁신에서의 바림작한 모양새는 다르다.

혁신은 종종 바뀌지 않는 것에 주목할 때 찾아진다. 마치 바로크 음악의 바소 콘티누오(Basso Continuo)처럼 비즈니스에도 영속된 요소가 있다. 거기에서 몇 줄을 그어본 냅킨 한 장이 위대한 기업의 청사진이 되는 것이 혁신의 진정한 모양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