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은행권 연체율 상승은 일단 멈췄지만 주택담보대출, 카드론 등 서민금융 대출이 계속 규모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관리모드로 전환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2일 금융당국 발표에 따르면 6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35%로 5월 말(0.40%) 대비 0.05%p 하락했다. 5월 기준 0.4%로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연체율 상승이 멈춘 것은 긍정적 신호로 해석했다. 금융감독원은 “상반기 중 국내은행 연체율은 상승 추세를 보였으나, 2분기는 연체 정리 확대 등으로 1분기 대비 분기중 상승 폭이 축소되는 모습”이라면서 “현재까지 은행권 연체율은 코로나19 이전 수준과 과거 장기 시계열 대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은 부실 뇌관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했다. 주담대와 카드론 규모 증가세가 가팔라 금리 상승 등 부정적 변수에 의해 건정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권 가계대출 80%를 차지하는 주담대는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 등 4개 주요 은행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취급액은 7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1조2610억원을 돌파했다. 인터넷뱅크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7월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1조2900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5대 금융사 순증액을 합친 1조4000억원에 맞먹는 수치다. 인뱅의 공격적인 주담대 취급이 가계대출 증가에 한 몫 하고 있는 것이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카드사 장기카드대출(카드론)에 몰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7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5조3952억원으로 한 달 새 5483억원이 증가했다.
카드론 금리는 최근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 10%를 크게 넘는다. 문제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여전히 증가 추세라는 것이다. 대부분 카드사는 여전채 금리 변동분을 약 3개월 가량이 지난 뒤 카드론 금리에 반영한다. 때문에 하반기 카드론 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사 연체율은 1.58%로 전년 말보다 0.38%포인트p 상승했다. 신용판매 연체율은 0.87%로 전년 말보다 0.22%P, 카드대출 연체율은 3.67%로 0.69%p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부실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오는 24일 인터넷은행을 비롯해 은행권 주담대 취급 실태를 들여다보기 위한 현장 점검 나선다. 금융위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대출에 '50년 만기 주담대'를 중심으로 대출심사 과정을 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통화긴축 지속 등으로 연체율 상승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연체·부실채권 정리 확대 등 은행 건전성 관리를 지속 유도할 예정”이라면서 “월별 연체율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적극적인 연체·부실채권 정리 등을 통해 건전성 개선을 지도하는 한편,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 은행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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