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종식으로 배달시장 경기가 침체되자, 사업을 철수하려는 입점업체들과 국내 1위 공유주방 간 '보증금'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언제든지 자유롭게 퇴거가 가능하다'는 입점 당시 설명과 달리, 매장 위생문제나 관리부실 등으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가맹점주들에게 약 1000만원 보증금을 위약금 조로 몰수하겠다는 공유주방 계약 조항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공유주방 키친밸리(대표 최성욱)와 국내 가맹업주 간 '보증금 몰수' 계약 조건을 두고 불공정 약관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업주들은 해당 조항이 가맹업주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 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키친밸리는 글로벌 기업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지난 2019년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국내에 세운 공유주방 브랜드다. 토종브랜드 '심플키친'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서울 강남, 서초 등 상권 요충지에 국내에만 27개 지점, 61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현재 국내 1위 업체다. 최근 수년동안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운영 규모를 크게 늘렸다 .
문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배달시장이 위축되면서 발생했다. 공유주방은 한 공간에 여러 배달 음식 매장이 입점해 지정학점 이점 및 매장 간 시너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주된 사업모델인데 매장 가동률이 급감하면서 운영 효율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주요 상권인 강남지역 한 지점의 경우 총 44개 매장 중 13개 매장만이 입점, 가동률이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키친밸리는 약 1000만원 소자본으로 누구나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홍보 포인트로 내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800만원의 '공간보증금'과 200만원의 집기비용으로 사장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으나, 경기가 나빠지자 보증금 회수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났다.
키친밸리와 가맹업주 간 계약서에 따르면, 입점업체는 100만원의 일회성 가입비와 900만원의 '이행보증금'을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이 이행보증금이 일반적인 부동산 계약에서 의미하는 보증금과 달리, 조기 계약 해지 시 '위약벌로 몰수된다'는 조항이 계약조건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가맹업주들은 계약 당시 키친밸리 측 영업직원에게 이와 같은 조건에 대해 전혀 고지받지 못했으며, 계약 약관 역시 인쇄된 서면이 아닌 전자계약 상으로만 전달받아 약관 세부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법조계는 이와 같은 경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약관법 6조에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고객의 계약의 거래형태 등 관련된 모든 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간주한다. 해당 사례의 경우 약관법 3조 사업자의 설명의무, 명시의무 위반 정황도 문제로 제기됐다.
한편 키친밸리 측은 “가맹점주의 보증금 문제와 관련 특별히 전할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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