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군사 반란을 일으킨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이 반란 2개월 만에 전용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러시아 당국도 그의 죽음을 공식 확인했다.
그의 신변 우려가 현실화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바그너 그룹 측은 그의 전용기를 러시아 방공방이 격추시켰다고 주장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재난 당국은 이날 저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엔브라에르 레가시 제트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 재난 당국은 승무원 3명을 포함해 탑승자 10명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 초기에는 추락 지점 근처에서 시신 8구가 수습됐지만, 이 가운데 프리고진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 민간 항공 당국이 “프리고진과 드미트리 우트킨(바그너 그룹 2인자이자 프리고진 최측근)이 탑승했다”며 이들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또한 친(親)바그너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도 프리고진이 이번 사고로 숨졌다고 전했다. 동시에 러시아군 방공망이 바그너 그룹의 전용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정부는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휴가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단에 관련 사실을 보고 받았다며 “전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한 말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난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무엇을 탈지 조심할 것이다. 실제로 어떤 일이 얼어났는지 모르지만 난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에도 프리고진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내가 만약 그(프리고진)라면, 먹는 것을 조심할 것이다. 식사 메뉴에 주의하겠다”며 러시아 정부의 암살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뼈있는 농담을 한 바 있다.
전직 중앙정보국(CIA) 고위 작전 책임자이자 모스크바 방송국장을 지낸 다니엘 호프만은 프리고진의 사고가 푸틴의 명령에 따라 일어난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 싱크생크인 유럽정책분석센터 전문가 파벨 루진은 이 같은 '극약처방'이 러시아 상층부의 균열을 보여준다고 봤다. 그는 “이 사건은 러시아 엘리트들이 단결하지 못하고, 크렘린궁 내부의 모순이 커지고, 러시아 지도부들 간 조정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푸틴이 그처럼 강력하다면, 왜 그가 프리고진을 체포하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군사 반란을 중단한 프리고진을 가리켜 “등에 칼이 꽂힌 상황을 보고 있다”고 했지만, 정작 처벌은 하지 않겠다고 발언해 그의 리더십이 손상된 상태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었다.
한편, 이번 사고는 무장반란 이후 모습을 감춰 숙청설이 나돈 세르게이 수로비킨이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에서 해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당일 발생했다. 수로비킨은 프리고진의 반란 시도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반란을 도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던 인물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