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혁신, 플랫폼, 디지털 등은 내성이 강해진 시대언어가 됐다. 의미와 상관없이 남용됐기 때문이다. '혁신'이 붙으면 오히려 혁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정보기술이 조금만 들어가면 스마트라는 단어를 삽입하는 것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스마트'는 사전적으로 '똑똑한'으로 해석된다. 똑똑하다는 것은 지혜롭게 알아서 척척 한다는 의미다. 개인지향적 사회에서 스마트는 '개인맞춤형'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불편해하지 않고, 서비스에 만족하고, 감동하도록 알아서 해주는 게 개인맞춤형이다. 정보홍수의 시대에 의사결정장애로 지쳐있는 소비자에게 개인맞춤형 서비스는 스마트의 대표적 시대정신이자 목표다. 최근 챗GPT 같은 인공지능(AI) 비서서비스가 대표적인 개인맞춤형 스마트 모델이다.
그러나 자본과 기술, 조직구성이 취약한 스타트업은 스마트의 늪에 빠지기 쉽다. 어느 스타트업이 기술을 개발했다 치자. 이 기술로 제품의 정확도가 높아지거나, 빠르게 만들어주거나, 작아질 수는 있으나 이것이 무조건 스마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기기가 작아지고 가벼워진 반면 배터리용량이 줄어 사용시간이 감소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라 할 수 없다.
경영학에서는 잠재시장을 깨워야 스마트한 것으로 가르치지만 잠재수요를 깨우기 위한 시간과 자금, 인력과 브랜드를 갖춘 곳은 대기업밖에 없다. 한두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으나 부러움의 대상일 뿐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쫓아야 할 길은 아니다. 잠재시장을 창조하고, 공략하는 것만으로는 스마트라 할 수 없다.
스타트업이 스마트해야 한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스타트업은 소비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갈 수 있기에 그들의 소리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블루오션보다는 퍼플오션에 접근하기를 바란다. 퍼플오션 진입에 필요한 목표이자 정신적 무장이 바로 스마트다.
스타트업 경영자라면 스스로 돌아보자. 지금 서비스나 제품, 비즈니스모델이 진정한 소비자 개인맞춤형 모델인가. 약을 개발하고, 임상을 마쳐 출시를 앞둔 의료스타트업이라면 스스로 물어보자. 개인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했으며 건강상태, 성별, 습관, 심리, 생활환경에 따라 맞춤형 치료나 처방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는가. 이런 스몰 데이터가 없다면 당신이 만든 약은 대중치료용 약이 될 수는 있어도 스마트한 약이라고는 할 수 없다. 대중치료제로 출시되려면 또 광고를 해야 하고, 부작용에 시달려야 하고, 병원이나 의사에게 의존해야 한다. 심지어 부작용이 두려워 약효를 줄이거나 약하게 만들어야 하고, 유사 회사와 경쟁해야 한다.
이제 4.0의 시대다.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시장성장의 발전요소들이 상호 융합되는 시대다. 디지털 4.0, 의료 4.0, 자본주의 4.0, 심지어 정부 4.0마저도 모두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간다. 바로 개인맞춤형이다. 4.0 비즈니스는 스몰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맞춤형 프로젝트다.
스마트한 스타트업, 스마트한 비즈니스모델, 스마트한 서비스, 스마트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또 높은 수준의 4.0 비즈니스를 실천하기 위해 개인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고객 또는 회원의 스몰데이터를 마이닝하고, 마이닝한 데이터를 개더링 하고, 프로파일링하는 데이터의 정보화단계와 구축된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맞춤형 오토챗봇, 퍼스널리포트, 개인맞춤형 솔루션, AI아나운싱 등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추가, 보완해야 한다. 이러한 역량이 갖춰져야만 진정한 스마트한 스타트업 4.0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dhnawoo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