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수심 3km 지점에는 수만 마리의 문어가 거대한 '문어 정원'을 이뤄 살고 있다. '문어 정원'은 과학자들에게 미스터리였다. 문어는 홀로 활동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어 정원'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렸다.
미국 몬테레이만수족관연구소 연구팀은 연구를 위해 원격 조종하는 잠수 로봇을 사용했다.
이번에 알려진 '문어 정원'은 네 번째로 발견되었으며, 333헥타르(약 3km2) 규모로 가장 크다. 현재 20,000마리 이상의 문어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문어는 멀리서 볼 때 흩어져 있는 보석처럼 보여서 진주 문어라고 불린다.
연구팀은 관찰을 통해 따뜻한 심해 온천이 아기 문어의 성장에 유리한 탓에 대규모 문어 서식지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알의 부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해저의 따뜻한 물을 찾는 것이다.
자몽 크기의 연보라색 암컷 문어는 한 번에 약 60개의 알을 낳고, 심해 온천수로 데워진 바위에 모여 알이 부화할 때까지 품고 있었다. 물의 온도는 5~10도 범위였다.
연구팀은 '문어 정원'에서는 2년 이내에 새끼 문어가 깨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매우 추운 심해에서는 문어가 부화하는 데 10년 이상 걸리며, 다른 심해 문어의 알이 부화하는 데 5년 이상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짧은 기간이다.
심해 온천의 물은 열수 샘에서 나오는데, '블랙 스모커'라고도 알려진 열수 분출구만큼 뜨겁지 않다. 연구를 주도한 짐 베리 박사는 “문어의 알이 익을 만큼 물이 뜨거워지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문어 정원'에서 태어난 문어들이 얼마나 멀리 이동하는지, 연어처럼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지 등은 추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직 풀리지 않은 문어의 생태를 알기 위해선 심해에 형성된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