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보안통신 한국이 주도…SKT, 'QKD+PQC'로 국제표준 앞장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삼화타워에서 심동희 SK텔레콤 혁신사업추진팀장(오른쪽)과 김동우 퀀텀사업추진팀장이 양자보안통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삼화타워에서 심동희 SK텔레콤 혁신사업추진팀장(오른쪽)과 김동우 퀀텀사업추진팀장이 양자보안통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양자암호통신 분야 국제표준 선점과 기술 고도화에 나선다. 양자키분배기술(QKD)과 양자내성암호(PQC) 장점을 결합한 차세대 양자보안 표준 수립에 앞장서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29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부문(ITU-T) 정보보호연구반(SG17) 국제회의에서 양자보안통신(QSC) 표준화 방향을 제시했다.

양자보안 실무작업반 의장을 맡은 심동희 SKT 혁신사업추진팀장은 “상호보완적 QKD·PQC 기술을 통합 관리하는 새로운 양자보안통신 솔루션의 국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게임의 법칙을 세팅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선점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양자정보통신은 복제불가능성, 중첩성 등 양자의 고유한 물리적 특성을 통신기술에 적용해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해킹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통신보안 기술이다. 연평균 39.8%씩 성장해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24조579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양자암호 기술은 크게 QKD와 PQC로 구분된다. QKD는 미세한 자극에도 상태가 변하는 양자역학 특성을 이용해 원칙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다. 다만 별도 하드웨어 장치를 구간마다 설치해야 해 비용 부담이 높다. 반대로 복잡한 수학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PQC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구현이 가능해 확장성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보안성은 낮다. 그동안 SKT와 KT는 QKD, LG유플러스는 PQC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

보안성·확장성 두 마리 토끼 다 잡는다

SKT는 두 기술 장점을 결합해 양자암호 표준화와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심 팀장은 “QKD와 PQC를 통합 관리하는 양자보안통신 솔루션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국방·금융 등 민감한 정보가 저장되는 유선망 구간에는 QKD를 적용하고 단기 데이터 저장 및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무선망 구간에는 PQC를 적용하면 효율적으로 통신 전 구간에 보안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SKT 양자보안통신 개념도
SKT 양자보안통신 개념도

SKT는 서울·대전 구간에 QKD 기술을 연동해 데이터 송수신 보안을 강화했다. 정부 시험망 사업에도 참여해 800㎞ 구간서 실증을 완료하는 등 기술 상용화 측면에서 성과를 냈다. 또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와 장비 연동 표준을 수립하고, 미국·일본·싱가포르 등 해외 네트워크 가상사설망(VPN)에 PQC를 상용화하는 등 글로벌 양자보안 기술 선도에 앞장서고 있다.

미래산업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양자를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고 1조원 규모 투자에 나선 우리나라 정부도 양자기술 분야 중 양자암호통신 영역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우 SKT 퀀텀사업추진팀장은 “양자암호통신은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분야이며, 특히 상용 장비 시장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가”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리딩을 위해서는 “정부가 생태계 구축을 위한 판을 만들어주고 기업은 그 위에서 제품 개발과 차세대 기술투자에 집중하는 협업 구조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내년 양자기술 연구개발(R&D) 예산으로 20% 늘어난 1298억원을 편성했다. 김 팀장은 “글로벌 주요국과 규모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예산 규모를 계속 늘려 나가겠다는 정책 방향성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SKT도 국제 표준화를 통해 기술 호환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양자암호통신 시장을 리딩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