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80〉 미션, 역량 그리고 혁신

미션(Mission). 1986년 로버트 드니로 주연 영화 제목이다. 영화에서 멘도자(드리노)는 예수회 선교사로, 가브리엘이란 젋은 사제와 남미 과라니란으로 여정을 떠난다. 공교롭게 미션의 어원인 이태리어 미시오(Missio)는 '보냄'이란 뜻이라고 한다. 이것이 사명이나 탐구에도 사용됐다.

기업에 혁신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더 좋은 제품이라 말하겠고,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미션이나 비전을 갖는 것이라고 말할 테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 지 정의하는 것이라고 할 때 다른 누군가는 실행하는 것이라고도 하겠다.

정작 혁신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피터 드러커라면 단서가 있을까. 그는 비즈니스의 유효한 목적은 단 하나, 즉 고객 창출이라고 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어 기업은 단지 두 가지 기본된 기능이 있다고 했다. 즉, 마케팅과 혁신이 그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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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논리가 갸우뚱해지는 이것에 그의 친구이자 명저 마케팅 마이오피아(Marketing Myopia)의 저자 테오도르 레빗(Theodore Levitt)은 이렇게 부연한 바 있다. 즉, 드러커에게 혁신은 “기업의 목적, 본질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떤 작업이 필요한 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이다.

이렇게 본다면 드러커에게 혁신은 비즈니스의 다른 활동과 무관하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일 수 없다. 드러커에게 혁신은 마케팅은 물론 경영진 리더십과 다른 경영 활동에 상호 작용하고 통합되고 나아가 이것을 더욱 확장시키는 어떤 기능을 말하는 것이겠다.

이점에서 드러커에서 혁신이란 기업의 목적으로부터 시작하는 경영 시스템의 본질과 뗄레야 뗄 수 없다. 그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원래 럭셔리 승용차 시장은 나름의 비즈니스 원리가 있었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 벤츠에 가격이란 자신이 지향하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넣고 여기에 그럴듯한 수익 마진을 추가해 정하는 것이었다. 가격보다 품질이 우선이어야 한다면 비용기반 가격책정(cost-based pricing) 방식은 당연하거나 최선의 선택이라고 여겨졌다. 적어도 럭셔리 세그먼트에서는 말이다.

도요타는 1989년 렉서스를 내놓으면서 고민스러웠다. 시장의 기존 원칙으론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은 뻔했다. 이즈음 마케팅 부서는 조사 결과를 하나 들고 온다. 소위 메르세데스급 품질에 대한 수요가 4만 달러 밑으로 떨어질 때 급증한다는 것이었다.

도요타는 렉서스 LS 400 세단 가격을 3만8000달러 정도로 책정하고, 이에 맞춰 제품을 개발한다. 그리고 고급스러움과 가치의 결합은 시장을 뒤흔든다. 훨씬 더 럭셔리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과도한 품질 대신 충분하게 럭셔리한 렉서스를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란 인식이 퍼진다.

그리고 품질이 가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 가격에 맞춘 최선의 품질 조합을 찾아내는, 소위 '타겟 코스팅(Target Costing)'과 과정을 말하는 가치 공학(value engineering)이란 새 이론을 발전시켜 나간다. 많은 기업이 도요타의 발자국을 제 나름 다시 밟아가며 시장에 진입했다.

누군가 드러커의 경영학을 말하되 그의 혁신을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심지어 이것을 상호 연결해 보려했던 누군가에게조차 혁신은 미션에서 선을 밖으로 끌어낸 과정으로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가 남긴 아티클에선 비즈니스의 가정을 다루는 과정 자체가 혁신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이란 미션과 역량 그리고 혁신의 묶음인 셈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