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사흘간 전북 전주에서 300여명 벤처기업인과 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제21회 벤처썸머포럼'이 열렸다. 올해 21회를 맞은 벤처썸머포럼은 벤처기업인과 벤처생태계 관계자가 경영전략, 기술 트렌드 등을 공유하며, 성공과 도전의 경험을 나누고 협력 기회를 통해 비즈니스 성장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벤처업계 대표 하계포럼이다.
올해 썸머포럼에서는 5월 정부 '함성 프로젝트' 후속으로 선배 벤처기업인과 후배 벤처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벤처 기업가정신 확산과 실천을 다짐했다. 이날 모인 선·후배 벤처기업인은 기업가정신 실천 주체로 후배 기업을 발굴·육성하고 글로벌 벤처대국을 실현해 다음 세대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국가 경제에 기여할 것을 약속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세계적으로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성장 동력으로 기업가정신을 주목하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끊임없는 창의적 도전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바탕으로 가치를 창조하는 일이 바로 벤처기업 역할이기 때문이다.
현재 디지털 경제로 시대적 전환기를 맞아 벤처기업인의 기업가정신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를 보면 2021년 벤처기업의 총 매출은 223조원을 기록했다. 삼성에 이은 재계 2위 수준이다. 이는 우리 경제가 과거 대기업 중심에서 벤처·스타트업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과거 대표적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인 CES에서 대기업이 혁신상을 주로 차지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벤처·스타트업이 활약하고 있다. 올해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434개사 중 111개사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벤처·스타트업이었다.
이런 지표만 보고 국내 벤처생태계가 무르익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글로벌 100대 유니콘기업과 국내 신산업 규제 개선 방향' 보고서에 의하면 글로벌 100대 유니콘 중 국내 기업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 한 곳뿐이다. 그 외 유니콘 수에서도 미국, 인도, 독일 등 창업 선진국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투자심리 위축과 심화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도 벤처기업 미래를 더욱 가늠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 '함께 성장'하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 위한 법·제도 등 다방면의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시급히 다뤄야 할 부분은 '규제 혁신'이다. 신산업 진입을 막는 수많은 규제가 미래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갈 혁신 벤처기업 태동과 성장을 근본부터 막고 있다. 특히 법률이나 정책에서 명시한 행위만 허가하는 기존 포지티브 규제의 한계가 크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금지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울러 벤처기업의 탄력적 근로시간 단위기간 확대, 주 52시간제 근무, 30인 미만 사업장의 8시간 추가 근로제 허용 등 노동 유연성 확보를 위해 정부의 전향적결정이 요구된다.
두번째는 '벤처금융 활성화'로, 현재 성숙하지 못한 벤처금융 시장과 대내외 변수로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에 우산이 되어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책금융이 축소된 현재 상황에서 민간자금을 대규모로 유치해 기업성장을 촉진하고 정책금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와 같은 혁신 벤처금융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BDC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털(VC) 등이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거래소에 상장하는 투자목적회사를 말한다. 민간 자금을 유치해 기업 성장을 촉진하고 정책금융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내국법인의 벤처펀드 출자 세제지원 확대, 해외 창업기업의 모태펀드 투자 대상 포함,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 확대 등 정책적 뒷받침이 수반돼야 한다.
세번째는 벤처 인재 혁신이다. 벤처기업이 필요로 하는 우수인력 양성과 확보, 이들의 장기 근속을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프트웨어(SW) 인력 채용 조사결과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75.4%가 SW전문 인력 채용 및 유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개발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벤처기업 상황을 고려해 개도국 SW 전문인력을 유입할 수 있도록 전문업 취업비자인 E-7비자 요건 완화 등 지원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성과조건부 주식 제도 도입(RSU)과 특례 부여 등 장기근속 유인책을 통해 인력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마지막은 벤처의 글로벌화다. 벤처기업은 아직도 국내총생산(GDP) 1% 수준인 내수시장을 탈피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 벤처기업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벤처의 글로벌화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무역금융 지원 확대, 민간 차원의 해외 혁신단체·지원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지원 프로그램 추진, 글로벌 투자유치 지원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벤처기업인이 올해 벤처썸머포럼을 계기로 다시 벤처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고, 혁신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중추로서 '다시 도전하는 벤처인의 함성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새로운 출발이 되길 바란다.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기관에서도 '함께 원팀'이 되어 힘을 보태줄 것을 희망한다.
〈필자〉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은 1972년생으로 대구 달성고,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앤더슨컨설팅을 다니다 2004년 위성통신 안테나·솔루션 전문 기업인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를 창업, 2016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2018년 전파방송기술대상 대통령 표창, 2020년 무역의날 장관 표창, 지난해엔 한국거래소 코스닥 라이징스타 선정, 광대역 국제위성통신 인증, 1억불 수출 탑을 수상했다. 2016년부터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2020년 11월부터는 수석부회장을 역임하며 국가 경제 활성화와 벤처생태계 발전에 힘써왔다.
벤처기업협회 회장(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대표) 성상엽 eric.sung@kov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