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이어 3번째 '탄저백신' 개발…질병청 '백신 주권' 앞장

질병관리청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에서 연구원들이 백신을 개발 중이다. (제공=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에서 연구원들이 백신을 개발 중이다. (제공=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 국립감염병연구소와 녹십자가 오는 10월 국내에서 개발한 '탄저 백신'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 신청한다.

김소현 질병관리청 국립감염병연구소 연구사는 지난 29일 오송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탄저백신 임상 2상을 마쳤고 임상 3상 대체 동물 모델 실험 완료단계”라면서 “품목 허가가 완료되면 미국·영국 다음 세계 세번째로 탄저 백신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청은 녹십자와 함께 탄저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탄저균 처럼 위험한 균은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3상 임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체 동물 모델 실험을 한다. 질병청은 이를 거의 완료하고 식약처 품목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탄저 백신은 일반 백신과 다르게 생물 테러 대응용이다.

질병청은 탄저 백신 개발을 1997년부터 시작했다. 후보물질을 찾고 이후 임상을 거쳐 총 26년을 개발했다. 김 연구사는 “중간에 수많은 이슈들이 있었지만 질병청, 보건복지부, 참여기업인 녹십자 등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지금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탄저 백신은 비축 의약품으로 상용화 되더라도 녹십자가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세계 3번째 개발된 백신인 만큼 해외 수출은 가능하다.

이기은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장은 “우리 백신이 허가나면 상황에 따라 생산기업에서 해외 수출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이 대승적 차원에서 국가 위기 상황 발생시 대응할 수 있도록 협업한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병원체자원은행에서 연구관이 냉동보관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보여주고 있다.(제공=질병관리청)
병원체자원은행에서 연구관이 냉동보관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보여주고 있다.(제공=질병관리청)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는 꼭 필요하지만,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기업에서 수익성 등을 이유로 개발되지 않는 백신을 개발한다. 국내 백신 개발 우선순위는 총 9개다. △남아메리카출혈열 아레나 △부니아△코로나19 △필로 △인플루엔자 △플라비(뎅기, 지카) △파라믹소 △토가 △한타 등이다.

센터는 우선순위 병원체 9종의 백신을 중심으로 국내 자체 개발을 하는 동시에 글로벌과 공조해 개발할 예정이다. 신종인플루엔자 같은 국내 위험도가 높은 병원체는 임상에 신속 진입하고, 실용화에 힘쓴다. 국내 유병율이 비교적 낮은 라싸, 뎅기 같은 병원체는 해외 기관 백신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를 확대한다.

센터는 팬데믹 발생전 이같은 체계를 구축하고, 팬데믹이 발생하면 100일, 200일 초고속 백신 개발체계를 구축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박현영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 받았지만, 그 와중에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고 바이오 헬스 산업이 새로운 세계로 가고 있다”면서 “연구원도 꾸준히 준비해왔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 뿐만 아니라 유전체 분석기술 개발, 보건의료자원 수집·데이터·생산공유 등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오송=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