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듯한 가뭄, 찌는 듯한 더위,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폭우는 한국에서 더 이상 낯선 날씨가 아니다. 아침에는 폭우가 쏟아지다 낮이 되면 갑작스럽게 해가 뜨는 일이 반복된다. 100년에 한 번 수준이라는 폭우는 여름 내내 쏟아졌다.
극한의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댐이 넘치고 둑이 무너져 대규모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피해가 계속되자 정부의 능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면서 제대로 된 가뭄 및 홍수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특히 물난리로 인한 피해는 취약계층의 삶에 더 큰 상처를 남긴다. 물 관리를 소홀하게 하는 것은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회도 극한 수해가 발생한 후 부랴부랴 움직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5일 전체회의에서 물순환 촉진법과 기후변화예측법을 처리했다. 물순환 촉진법은 물 관리 방안을 일원화하고 환경부 장관을 물 관리 책임자로 명시해 자연재해와 수질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법이다. 기후변화예측법은 이상기후 정보를 예측해 체계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담았다.
예산도 치수 대책을 담았다. 환경부의 내년도 예산은 12조6067억원(기금 제외)으로 편성됐다. 이 중 물관리에 들어가는 예산은 절반에 육박하는 6조342억원으로 전년 대비 21.9% 늘었다. 물관리 예산이 2022년 4조9564억원에서 2023년에는 4억9509억원으로 소폭이지만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치수에 대한 관점이 반전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년도 전체 정부 예산의 총지출증가율은 2.8%로 2005년 재정통계 정비 후 최저 수준이다. 지출을 최대한 자제하는 가운데서도 물관리 예산은 대폭 늘린 것이다. 늘어난 물관리 예산은 주로 하천 준설과 신규 댐 건설 등에 대규모 투입된다. 증가한 예산은 이제라도 물 관리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철저한 물관리 필요성은 어제 오늘 지적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겨운 속담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치수종합대책, 5대강 유역 물공급대책 등을 연달아 내놓을 예정이다. 내년도 예산 규모가 증가한 만큼 실효성 있고 지속가능성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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