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닝이 한국에 구부러지는 '벤더블(bendable)' 유리 공장을 짓는다. 코닝은 1851년 설립된 세계적인 유리 전문 기업으로, 최근 급성장하는 폴더블폰과 차량용 시장 공략을 위해 투자에 나섰다.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은 3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차세대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유리)를 생산하기 위한 공급망을 한국에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윅스 회장은 코닝의 한국 투자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신규 투자를 설명하기 위해 방한했다. 코닝은 1973년 TV용 유리 제조 공장을 삼성전자와 5대 5로 출자해 설립하면서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벤더블 공장을 포함, 첨단 소재 개발과 제조 역량 확대에 5년간 총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벤더블 글라스는 단어 뜻 그대로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유리다. 일반 유리는 접으면 쉽게 깨지지만 이 유리는 특수 제작 과정을 거쳐 반복해 접어도 손상이 생기지 않고,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특성을 갖췄다. 초박막강화유리(UTG)나 폴더블 유리 등으로도 불린다.
코닝은 폴더블 스마트폰이 대중화하고 태블릿과 노트북 등도 다양한 폼팩터(형태)로 진화하자 이에 발맞춰 벤더블 유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을 투자 지역으로 낙점한 건 한국이 구부리거나 접었다 펼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390만개의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출하,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삼성 갤럭시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 등에 적용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폴더블 노트북용 OLED를 상용화했다.
액정표시장치(LCD)는 딱딱한 기판을 사용해 디자인 변화를 주기 힘든 반면에 OLED는 폴리이미드(PI)와 같은 유연한 기판을 사용해 벤더블이나 롤러블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다.
코닝은 나아가 벤더블 유리로 자동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20인치, 30인치대로 화면이 커지면서 디자인도 구부러진 모습이나 롤러블 등으로 진화 중이다. 전기차·자율주행차 등장에 따라 디스플레이 역할이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인 데, 코닝은 벤더블과 롤러블 등 차량용 디스플레이 폼팩터에 맞게 커버 유리를 공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커버유리란 디스플레이 최상단에 붙어 외부 충격에서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고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부품을 뜻한다.
웍스 회장은 “코닝의 최신 기술들은 첨단 자동차 디스플레이와 보다 몰입감 있는 운전 경험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더 뛰어난 자동차의 시대를 가속화하기 위해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업계 선도 기업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전했다.
웬델 웍스 코닝 회장은 간담회에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났으며, 1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회동해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