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은 〈직업에 귀천〉이 있던 사회였어요. 높은 연봉을 벌 수 있는 직장보다 명예직, 안정직에 대한 선호가 높았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 직업이든 상관없어요. 돈과 시간 둘 중 하나를 잘 벌 수 있다면 말이죠! 신자유주의가 모든 가치를 이겼다고들 말해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되자 오히려 직업의 귀천이 사라졌어요.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던 한국은행 퇴사율이 높아졌어요
명예와 한국은행의 2021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전체 중도퇴직(정규직 기준) 80명 중 52명이 2030대인 것으로 집계됐어요. 20대 이하가 16명, 30대가 36명이었다. 같은 기간 40대가 21명, 50대 이상이 7명인 것을 고려할 때 2030대 이탈률이 높아요. 2022년에는 전체 퇴직자 37명 중 27명이 2030대로 전체의 72.97%를 차지했어요. 2020년부터 꾸준히 2030의 퇴사율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연봉의 문제라고 평가하고 있어요. 2022년 기준 한국은행의 평균임금이 모든 5대 시중은행 평균보다 낮기 때문이죠
교사, 공무원 퇴직율도 높아졌죠
또 하나의 명예직이었던 교사역시 최근 3년 사이 퇴직율이 높아지고 있어요. 2023년 1년간 퇴직한 근속 5년 미만의 국공립 초·중·고 교사는 589명이었어요. 2022년에 비해 약 1.9배 늘어난 것이다. 2017년 3월 이후 1년 단위로 구분했을 때, 근속 5년 미만 퇴직 교사 수가 500명을 넘은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해요.
서울 본청 공무원의 MZ세대 퇴직자 역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어요.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지난해 서울 자치구를 제외한 서울시청 등에서 전체 퇴직자(202명) 가운데 2030 비율이 24.3%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어요. 이는 지난 2018년 MZ세대 퇴직자가 17명으로 비중이 13.0%인 것을 생각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죠.
적게 일하고 많이 벌 수 있다면?
생산직, 흔히 노가다라고 불리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어요 야쿠르트 아줌마라고 불리던 2030 프레시 매니저의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최대 27.5%까지 늘었다고 해요., 도배나 청소노동자에 도전하는 2030의 비중도 높아졌죠
한국만의 현상일까요?
미국의 리쿠르팅 사이트 yello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2년 사이 출생자 Z세대 역시 급여와 워라벨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뽑았어요. Z세대는 오늘과 내일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평생직장을 원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Z세대의 절반 이상이 3년 이내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의향이 있다고 인정했어요
선진국일수록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하죠
물질적 전통적 가치로 타인을 판단하지 않고, 인간을 인간 그자체로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에요. 지금 한국에서 직업의 귀천이 사라진 이유는 돈이 너무 중요해서 돈이 아닌 다른 것들의 가치가 희미해졌기 때문이에요. 원인 자체가 다르죠. 하지만 현상 후에 가치가 뒤 따라 오기도 하듯, 직업의 귀천이 균열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어떨까요? 〈행복한 나라의 조건, 마이케 반 덴 붐, 푸른숲 출판〉 에 나오듯, 어떤 직업을 가졌다고 부러워하지도 무시하지도 않는 나라, 그래서 모두가 이웃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나라로 말이죠.
룩말 에디터 lookma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