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가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드론 레이싱 경기에서 인간을 꺾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NPR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UZH) 연구진이 개발한 AI를 탑재한 쿼드콥터 드론이 실내 경기장에서 인간 챔피언을 상대로 경기를 펼친 결과 25번 중 15경기를 이겼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AI와 인간이 대결을 펼친 적은 무수히 많았고, AI가 인간을 이기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1997년에는 IBM에서 개발한 딥 블루가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이겼고, 2016년에는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바둑 AI 알파고가 한국의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과 대결을 펼쳐 4승 1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보드나 책상 위에서 펼쳐지는 경기였다.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실제 레이싱 경기에서 AI가 인간을 꺾은 적은 없었다.
드론 회사 스카이디오의 엘리아 카우프만 엔지니어는 “보드나 게임보다 실제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심투리얼 갭(sim-to-real gap)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심투리얼 갭'은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결과를 실제 상황에 적용했을 때 나타나는 차이를 말한다. UZH 연구원은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AI 프로그래밍 전략을 사용했고, 수만 개 이미지에서 게이트를 직접 골라 드론에게 학습시켰다. 이를 '지도형 기계 학습'이라고 한다.
또한 연구원들은 드론이 카메라의 시각적 신호를 기반으로 위치와 방향을 삼각 측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반적인 코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강화형 기계 학습'이 AI를 승리로 이끌었다. 수많은 움직임에서 좋고 나쁜 정도를 학습 알고리즘에 알려주는 것이다. 연구팀은 드론의 제어 코드를 가상 경주 코스에 입력하고 23일(계산 시간 1시간) 동안 드론이 가상 공간을 돌아다니도록 했다. 그리고 최선의 경로를 찾을 때까지 계속 연습하도록 했다.
그 결과 최종 버전 코드는 드론이 60% 확률로 인간 경쟁자를 능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아직도 드론에는 많은 제한이 있다. 특정 환경에서만 학습했기 때문에 코스를 실외로 이동하면 빛의 변화로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갈 수도 있고, 인간 경쟁자와 부딪히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른다.
UZH 로봇 박사 과정 학생인 레오나드 바우어스펠드는 “이 같은 '유연성 부족'이 군용 킬러 드론을 쉽게 만들지 못하는 이유다”라고 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의 귀도 드 크룬 연구원은 “드론이 모든 경주에서 인간 조종사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빛, 정확하지 않은 게이트, 바람 등 다양한 외부 장애를 다뤄야 한다”고 논평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