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뛰어든 웹툰 산업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웹툰(Webtoon)은 1999년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 사용한 단어다. 네이버, 다음 등 웹사이트에서 연재되는 디지털 만화를 뜻하던 이 단어는 한류 인기에 더불어 인터넷 만화를 총칭하는 의미로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가면서 웹툰은 글로벌 K콘텐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웹툰 시장에 몇 달 전부터 애플, 아마존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들이 진입하면서 과연 웹툰 산업은 어떻게 변모될까?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은 2021년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는 약 6조 원이고, 2030년에는 약 80조 원으로 평균 40.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웹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유명 웹툰 작가들이 돈을 많이 벌고 웹툰 원작 드라마나 영화가 대박이 났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월간 이용자(MAU)는 8560만 명, 이 중 미국 이용자가 1250만 명이다. 카카오 픽코마는 만화 강국 일본에서 웹툰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대단한 성과라고 볼 수 있는데 수십년 간 다져온 일본의 만화 시장이 모바일화 되는 데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애플은 일본 애플북스에 '세로로 읽는 만화' 메뉴를 신설해 한국 웹툰 제작사와 제휴, 웹툰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아마존 역시 일본에서 국내업체의 콘텐츠를 '아마존 플립툰'이라는 일본어 웹툰 서비스로 시작했다. 글로벌 플랫폼들이 일본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그만큼 일본 웹툰 시장이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젊은이들과 여성 층 고객들이 한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웹툰을 소비하는 변화를 읽은 것이다. 그런데 어찌보면 이는 국내 웹툰 플랫폼이 한류를 바탕으로 어렵게 확보한 교두보를 치고 들어오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처럼 웹툰 종주국으로서 국내 웹툰 기업들이 다져놓은 글로벌 시장에 빅테크들은 물론, 만화 종주국인 일본의 주요 출판사들도 편승하고 있다. '기다리면 무료' 등 국내 웹툰 플랫폼이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낸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벤치마킹하고, '진격의 거인', '공각기동대' 등 유명 만화 지식재산권(IP)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일본 최대 출판사 코단샤(Kodansha)가 5월 'K-MANGA'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개시한 것을 두고, 서비스 이름에 'K'를 붙인 것이 웹툰의 낙수효과를 얻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일구어 놓은 웹툰 생태계 내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은 한편으로는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으나, 자본력, IP 규모 측면에서 글로벌 시장 내 'K-웹툰'의 입지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산업 분석 차원에서 보면 플랫폼은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 구조로 되어 있는데, 웹툰의 경우 만화책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급속도로 발전 중이고 콘텐츠를 유통하는 글로벌 플랫폼이 생기면서 콘텐츠 성장 모멘텀이 온 상황이다. 네이버, 카카오 모두 글로벌 진출을 하면서 국내 웹툰을 번역해 서비스를 시작하다 현지화하여 현지 웹툰을 만들고 있다. 애플, 아마존 역시 한국 웹툰으로 시작해 현지 콘텐츠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게임 유통 플랫폼이나 영화, 드라마를 유통하는 OTT,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비교해보면 아직 초기 성장단계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의 '기다리면 무료'는 국민게임 '애니팡'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모델이다. 애니팡 게임을 하기 위해 하트를 충전되기를 기다리거나 돈을 내고 사는 것처럼 다음 화를 보기 위해 일정 시간 기다리거나 돈을 내고 콘텐츠를 사도록 하는 모델로 상품의 시간 차별을 통해 유료화를 구현했고 이를 통해 매출도 크게 늘었다.

가령 웹툰을 읽는 사람이 일주일에 평균 10편을 보고 월 결제금액이 1만 원, 편당 500 원으로 보면 한 달에 절반은 유료, 절반은 무료로 보는 셈이다. 그렇다면 '기다리면 무료'를 확대하는 것이 좋을까. 시장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애니팡 게임에서 무료 하트를 늘려야 하는 것처럼 늘려야 할 것이고 수익성을 높이려면 유료화 비율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결제이용자(PU)라는 지표를 관리하는데 한국은 유료 결제 이용자 비율이 26%에 달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10%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시장 확장 마케팅이 필요하다.

또한 '사내맞선', '재벌집 막내 아들'처럼 웹 소설-웹툰-TV드라마의 '원소스 멀티유스(OSMU)' 선순환이 일어나면 추가적인 시장 확대 기회가 있다. 아마존과 애플 같은 빅테크가 시장에 뛰어들고, 글로벌 OTT의 애니메이션 투자까지 이루어진다면 갑자기 K-팝처럼 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 사례에서와 같이 글로벌 플랫폼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간다면 저작권 독점으로 흥행에 따라 더 벌 수 있는 구조가 없어 국내 웹툰 제작사는 빅테크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 게임 분야에서 애플과 구글은 앱마켓 운영으로 30%에 달하는 수수료 수입을 거두게 되었고 국내 중소게임 개발사들은 높은 수수료에 말미암아 경영이 어려울 정도다.

인기 웹툰은 온라인으로 '검증된 작품'이다. 영상화나 캐릭터 굿즈 사업 등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이 크고 리스크가 적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있다. 적은 제작비로 흥행에 성공한 웹툰을 활용하는 것은 안정된 팬덤을 확보하여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게임이 그러했듯 동양의 10 ~ 20대 사용자들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이용자 기반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성장 가능성이 큰 웹툰 산업에 빅테크 기업들이 진입해 지각 변동을 하는 이 시점이야말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때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