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소멸 위기 농촌의 새로운 희망 '치유농업'

최용국 1.5℃포럼 회장.
최용국 1.5℃포럼 회장.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제주도농기원)이 경증 치매어르신 20명을 대상으로 우영팟(텃밭) 만들기·꽃 심기·채소 수확하기 등 총 8차례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효과성이 입증된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 인지기능은 4.6% 증가, 주관적 기억감퇴는 18.6% 감소, 우울감은 38.4% 줄었다. 경증 치매환자들이 식물을 보며 치매를 극복할 의지와 삶의 활력이 생기는 등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느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치유농업이란 농업·농촌자원이나 이를 이용해 국민의 신체와 정서 등의 건강을 도모하는 활동과 산업을 의미한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을 비롯해 의료적·사회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치유하는 데 목적이 있다.

유럽 선진국은 치유농업을 비교적 일찍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치유농업 발전을 위해 1999년부터 국가지원센터에서 치유농업을 지원했고 독일은 원예치료를 중심으로 치유농업을 도입했다. 벨기에는 정부 차원에서 치유농업 연구를 수행했으며 영국은 의료·농장·보호관찰 서비스 등의 목적으로, 프랑스는 사회적 네트워크 관점에서 치유농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우리나라는 1994년 농촌진흥청이 원예작물 치유효과를 연구하면서부터 뿌리를 내렸다. 2013년 치유농업 개념 정립에 이어 치유농업 효과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검증이 이뤄졌다. 2017년 치유농업 육성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2020년 3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농업법)'을 제정하면서 치유농업 골격을 마련했다.

치유농업은 급격한 기후변화와 인플레이션, 저출산·고령화로 어려움에 직면한 농업의 새로운 가치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멸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는 농촌을 치유와 휴양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등 새로운 희망이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정부는 전 국민에게 차별없는 '한국형 치유농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가자격 시험으로 치유농업사를 양성하고 있으며 치매 어르신을 비롯해 암환자, 알콜 중독환자, 장애인, 학생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치유농장의 구체적 현황과 농업기술센터와 사회복지시설 등 각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치유농업에 대한 자료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치유농업 효과성을 검증하는 방법이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촌 현장을 감안한 적절한 치유농장 평가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다행히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장 인증제를 도입하기 위해 '치유농업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치유농업을 사회복지사업과 연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법률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1.5℃포럼(국회·지자체·민간 싱크탱크가 기후위기 대처 방안을 공동 논의하기 위해 2022년 11월 출범)은 10월 12~22일까지 11일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옆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 일원에서 진행하는 '2023 국제농업박람회' 부대행사 일환으로 10월 12일 온·오프라인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한 치유농업'을 주제로 전남도농업기술원과 공동으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심포지엄은 미국·인도·네덜란드·벨기에·이스라엘 등 세계 치유농업 사례와 기후위기 대응 지속가능한 농업을 모색하고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토론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업이 세상을 바꾼다! 지구와 인간의 건강을 지켜주는 농업'을 주제로 개최되는 국제농업박람회와 국제학술대회에서 농업이 지구와 인간의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대안과 가치임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최용국 1.5℃포럼 회장(전 한국과총 광주·전남지역연합회장) ykchoi@j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