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반도체 설계 자산(IP) 아키텍처인 'RISC-V'가 설립 8년만에 4000개 회원사 확보를 목전에 뒀다. 반도체 IP계 '리눅스'라 불리는 RISC-V를 통해 Arm 등 특정 반도체 IP 생태계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확산된 결과다. 특히 중국의 참여가 높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24개 기업 및 기관으로 시작했던 'RISC-V 인터내셔널'은 현재 70개국 3820개로 늘어났다. 2019년 27개국 235개에 불과했던 회원사는 2021년 2000개 돌파하고 지난해 3000개를 넘어서는 등 최근 2년간 성장세가 특히 가팔랐다. 올해 안에 4000개는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8년만에 16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RISC-V는 반도체 설계 아키텍처를 라이선스 형태와 로열티 형태로 제공, 시장 영향력 및 독점권을 쥐고 있는 Arm이나 x86 대안으로 주목받는 오픈소스 기반 아키텍처다. 업계에서는 Arm과의 특허 분쟁이나 IP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RISC-V에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퀄컴이 대표적. RISC-V 인터내셔널 설립 멤버였던 퀄컴은 2019년부터 자사 시스템온칩(SoC)에 RISC-V를 적용했다. 인피니언·NXP·노르딕세미컨덕·보쉬 등과 함께 RISC-V 합작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 신규 선출된 RISC-V 이사회 의장도 퀄컴 임원이 맡게 됐다. 퀄컴은 Arm과 반도체 IP 관련 특허 분쟁을 진행 중이다.
인텔 역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입하면서 RISC-V 생태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자체 아키텍처 x86을 보유한 기업 입장에서는 이례적이다. 지난해 말 RISC-V 생태계 조성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보다 많은 IP를 확보, 파운드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려는 복안이다.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미중 갈등 역시 RISC-V 생태계 확산을 부추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면서 Arm이나 x86 생태계 진입이 어려워지자, RISC-V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에는 베리실리콘, 누클레이시스템테크놀로지와 알리바바 그룹 반도체 부문(티헤드), 바이두가 투자한 스타파이브 등 9개 반도체 설계 회사(팹리스)가 RISC-V 동맹을 결성했다.
국내도 반도체 설계 지원 전문기업(디자인하우스) 기업 세미파이브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중심으로 RISC-V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이 생태계를 통해 시장 진입을 시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RISC-V 성장이 지속될 경우 Arm과 x86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며 “리눅스가 서버 시장에서 주류가 된 것처럼 RISC-V가 대세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업체 BCC리서치는 지난해 4억4500만달러(약 5800억원) 규모 RISC-V 시장이 연평균 33.1% 성장, 2027년에는 27억달러(3조5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