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가전 이후 핵심 먹거리로 전장 사업을 낙점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 사장이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 2023' 콘퍼런스에서 내놓은 모빌리티 비전 '알파블'은 전장 업계에서도 가전 시장에 버금가는 'LG' 브랜드 메이킹을 이어가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LG전자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은 기존 가전 사업을 통해 쌓아온 기술의 영역 확장이다. 전동화와 자율주행 추세가 빨라지면서 각종 스마트 가전과 자동차 연계가 늘고 있는 만큼 시기적절하다. '차박문화' 등 자동차가 이동 수단을 넘어 제2의 개인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주택 공간에서 사용되던 기술이 자동차에도 적용되고 있다. 가전과 전장 사업을 동시 추진하면 기술 유사성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는 것에 주목했다.
사실 그룹 차원에서 미래 모빌리티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은 아니다. 배터리 기술은 이미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고, 디스플레이 등 가전 기술은 자동차 내부 인포테인먼트인 콕핏 시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여기에 인수합병을 통해 전기차 이파워트레인, 램프 및 전면부 디자인, 전기차 충전소 등에서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3년 전장 관련 부품과 서비스를 담당하는 VS사업본부를 출범시키고, 10여년가 지속적인 투자와 사업 고도화를 이어 온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 발표자료를 토대로 한 추정치에 따르면 LG전자 텔레매틱스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점유율 1위(23.3%)를 차지했다.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영역에서도 2021년부터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완성차 업체에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성을 인정받으며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LG전자는 롤러블, 플렉서블, 투명 OLED 등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보유한 다양한 폼팩터가 다양한 차량 인포테인먼트 디자인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고객 여정에 대한 맥락까지 이해, 목적지와 이동 시간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 맞춤형 콘텐츠까지 알아서 제안할 수 있다.
알파블의 구체 모습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조 사장은 컨퍼런스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CES에서 AI 카 인포메이션과 디스플레이를 통해 구현되는 사례를 실물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시사했다. 조 사장은 “M&A는 계속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파워트레인, 램프, 카인포테인먼트 이외에도 전장에서 해야 할 분야는 많다. 그 중에서도 SW와 콘텐츠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날 함께 공개된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헝가리 생산기지 계획은 본격적인 생산능력 확대 선전포고다. 이곳에서 생산할 파워트레인은 동력을 발생시키고 전달하는 구동모터, 인버터, 컨버터 등으로 구성돼 전기차의 심장 역할을 담당한다. 완공되면 약 200명 신규 인력도 채용 예정이다.
공장이 들어서는 미슈콜츠시는 자동차, 기계 등 산업 분야가 발달해 있으며, 주요 유럽 완성차 공장이 인근에 위치해 있다. 공장이 완성되면 LG마그나는 한국 인천, 중국 남경, 멕시코 라모스 아리즈페에 더해 총 네 개 공장을 운영한다.
정원석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대표는 “신규 공장 설립은 유럽 시장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LG마그나의 성장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은 “유럽 공장은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를 충족하며 혁신적인 전기차 파워트레인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우리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