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이 진화했다.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용도를 넘어 마음과 몸을 안정시키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 이어폰이 나왔다. LG전자가 지난 7월 출시한 '브리즈'는 실시간으로 뇌파를 측정해 마인드케어와 수면케어 기능을 지원하는 이어폰이다. LG전자 마케팅 플랫폼 'LG랩스'의 첫 제품이기도 하다.
브리즈는 갤럭시 버즈나 애플 에어팟보다는 다소 크다. 착용 방식도 귓구멍에 꽂거나 얹는 방식이 아니다. 귓구멍과 귓바퀴 사이에 있는 이갑개강 부위에 이어버드를 꽂아야 한다.
제품은 아이보리 색깔의 보름달 모양 케이스에 담겨 있다. 동글동글한 디자인의 브리즈를 꺼내 전용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해 쓰면 된다.
브리즈 앱에는 마인드케어와 슬립케어할 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있다. 마인드케어는 △긴장을 풀고 싶을 때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새로운 나를 찾고 싶을 때 △답답하고 괴로울 때 등 7가지 감정 상태에 따라 필요한 호흡법을 안내해 준다. 감정 상태 내에도 다양한 호흡 가이드와 음악 종류가 있다.
'긴장을 풀고 싶을 때' 코너에 있는 '두려움을 줄이는 음악과 호흡'을 선택했다. 마인드케어 시간은 1~10분 내에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다. 3분으로 설정해 시작하니 앱 화면 내에 일정한 간격으로 '숨을 참으세요' '숨을 깊게 들이마시세요' '그대로 끝까지 내뱉으세요' 등의 문구가 나왔다. 호흡을 바꿔야 할 때는 화면을 보지 않아도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쉽게 가이드를 따라갈 수 있었다.
마인드케어를 마치고 나면 점수를 매겨준다. 기자의 마인드케어 점수는 67점이었다. 잡생각이 많을 수 있다며 호흡에 집중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하는 중 피곤할 때나 잠시 생각 정리가 필요할 때 쓰기 적합하다고 느꼈다.
슬립케어는 자기 전 이어폰을 꽂고 원하는 음원을 들으면 수면이 끝난 뒤 나의 수면단계를 분석해준다. 파도, 귀뚜라미, 봄비에 젖는 새싹 소리 등 다양한 음원이 있다. 기자는 캠핑장 미니화로 모닥불 불멍 소리를 듣고 잠이 들었다.
브리즈는 △깊은 수면 △얕은 수면 △REM 수면 등의 시간을 분석했다. 몰랐던 나의 수면의 질을 알 수 있는데 도움이 됐다. 보통 5~6시간을 취침하는데 잠들기 전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경우가 잦았다. 음악 대신 잔잔한 자연 소리를 들으니 예전에 비해 빨리 잠에 들 수 있었다. 좋지 않은 수면 습관을 고치고 잠을 유도하는 소리를 들으니 수면의 질이 향상됐다.
다만 수면 시간이 규칙적인 사용자가 브리즈를 잘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는 수면시간이 불규칙적이다. 초저녁에 약 2시간을 잔 뒤 밤에 3~4시간 쪼개 자는 수면습관이 있다. 짧은 수면 시간 동안 매번 브리즈를 착용하는 일이 번거로웠다. 길어야 10분 동안 착용하는 마인드케어와 달리 수면케어 때는 이어버드를 장시간 착용해 귀가 아팠다. 이어폰을 수면 내내 착용하다 보니 많이 뒤척이는 날에는 옆으로 눕기 불편했다.
낯선 착용 방식과 잠이 들때마다 이어폰을 착용해야 하는 점이 번거로웠지만 브리즈를 쓰고 난 뒤 몰랐던 수면 습관을 알게 되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내 마음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마인드 웰니스 솔루션'이라는 슬로건에 부합하는 제품이었다. '브리즈2'가 나온다면 보다 부드러운 이어버드로 나오면 좋겠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