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아이디어, 핵심기술, C레벨의 맨파워 등을 스타트업의 보유역량이라 한다. 사실 이 역량들은 목걸이의 구슬과도 같다. 구슬을 꿰지 않으면 목걸이가 되지 못한다. 최종 상품은 구슬이 아니고 목걸이여야 하며, 부가가치 또한 높아진다. 구슬은 부품일 뿐이다.
최근 스타트업 투자기관들의 투자성향이 구슬에 집중하는 경향이 아쉽고, 우려된다. 이런 추세다 보니 추상적이고, 어렴풋한 사업들이 많아진다. 좋은 대학 나온 C레벨 팀들이니 잘할 것이라는 추상적 긍정이 묻어있다. 뭔가 될 것 같은 나름 독창적이고 좋은 기술이니 투자를 해도 될 것 같다는 어렴풋함도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집단이다. 최근에는 ESG나 소셜을 표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위험한 것은 성장알고리즘인 비즈니스모델이 명확히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5년 이후부터 형성된 스타트업 1.0 시대에는 온라인에서 회원을 모으는데 집중했었다. 당시에는 가입자 수가 곧 기업가치였다. 그러나 유사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중복회원가입이 늘면서 진성회원이나 회원의 활동여부를 측정하는 MAU(Monthly Active User)나 DAU(Daily Active User)등 기업가치의 기준으로 전환된다. 이 진성회원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업의 노력이 빅데이터를 중시하는 2.0 시대를 낳았다. 보상시스템이나 금융시스템의 진성회원화를 위한 빅데이터 사업은 2.0 비즈니스의 대표적 모델이었다. 이때까지 스타트업 투자는 사실 비즈니스모델보다 회원모집 역량이나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쌓을 수 있는 기반기술, 참신한 아이디어와 유사 경험을 가진 인력들이 중시됐다.
이후 스몰데이터가 중시되는 3.0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댓글을 달고,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며, 심지어 화폐까지 만들어내는 프로슈머가 주체가 되는 시대가 오면서 구슬보다는 목걸이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탄생한다. 문제는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성향을 갖는 3.0 시대의 대중소비자들은 목표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정이나 습관에 치우치지 않는다. 대부분 앱마켓에서 다운로드 10만을 유지하고 있는 앱이 실제 유효 회원수는 1만 명 미만이며, 월방문자수는 700명에 그치고 있는 현상이 바로 3.0 시대 스타트업들의 어려움을 말해준다. 3.0 시대 주소비자인 디지털노마드는 목적이 분명하기에 떠나기도 쉽다. ICQ에서 네이트온으로 갈아탄 노마드들이 카카오톡으로 옮겨온 지 10여 년이 넘었다. 디지털노마드들의 특성상 언제까지 국민대표 메신저가 카카오톡에 머무를 것이라 믿는 것은 크나큰 오산이다.
이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기관들의 투자관점도 변해야 한다. 출신학교, C레벨팀, 특허, 기술, 경험, 회원 수, 예상매출 등 '구슬'의 완성도에 초점을 맞춘 투자를 집행하는 것은 3.0 시대에는 매우 부적합하다. 이러한 '구슬'에 다양한 임팩트금융이나 기업가치가 확장될 거버넌스가 결합된 비즈니스모델이 제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목걸이의 창조'다. 이제 구슬의 관점보다는 목걸이의 관점으로 스타트업을 바라보기 바란다. 기획된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하는데 투자 이후 이 기업이 어떤 인재를 더 확충해야 하고, 어떤 기술을 유입해야 하는지가 현재 보유한 C레벨팀이나 보유기술보다 더 중요하다. 기존 투자접근 방식과는 다른 각도로 스타트업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이 목걸이에 대한 사회적 합목적성, 디자인적 가치, 지속가능성에 대한 예측을 초점으로 투자하게 되면 이 투자금은 구슬을 목걸이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스타트업 또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창업 이후 린테스트로 축적된 시장경험을 기반으로 명확한 미래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지속가능하며, 확장성이 높은 모델 즉 '가치 있는 목걸이'를 설계해야 한다. 구슬이 아닌 목걸이의 비전과 가능성을 투자자에게 제시하고, 이를 완성시키기 위해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4.0 비즈니스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생존전략이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