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불법 암표 근절을 위한 실험에 나섰다. 불법 암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달 예정된 문화 융복합 이벤트 '다빈치모텔' 티켓 전량을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발행했다. NFT 티켓은 암표 거래가 불가능한 구조로, 매크로 프로그램도 사용할 수 없어 공정 시장과 문화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리셀' 거래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오는 15~17일 예정된 '2023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티켓 전량인 3000여장 모두를 NFT로 발행했다. 국내 문화 이벤트에서 NFT로 티켓 전량을 판매한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현재 다빈치모텔 NFT 티켓 3000여장은 전량 매진됐다.
다빈치모텔은 토크·공연·전시·버스킹 등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학문·경영·기술 등 각 분야의 아이콘을 만나는 현대카드 문화 이벤트다.
과거 공연, 뮤지컬 등에서 NFT 티켓을 도입했지만, 수량은 제한적이었다. 현대카드 역시 과거 일부 문화 이벤트에 NFT 티켓을 적용했지만, 수십장 수준에 불과했다. 대규모 동시 트래픽을 소화할 인프라와 더불어 효율적인 체인 활용 시스템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6월 초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현대카드는 불법 암표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연구·개발에 직접 들어갔다”며 “기술·법·비즈니스적 허들이 있지만 '실제로 선착순도 아니고 편안한 것도 아니고 불법 거래에 유리하며 잘해야 복불복인 지금 상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절실함은 더 크고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현대카드는 멋쟁이사자처럼과 설립한 조인트벤처(JV) '모던라이언'을 통해 '콘크릿(KONKRIT)' 애플리케이션(앱)으로 NFT 티켓을 구입할 마켓 플레이스를 구현했다. 콘크릿 앱에서 판매하는 NFT 티켓은 원본성과 고유성을 증명하는 방식인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티켓 구매 정보가 블록체인상 기록된다. 따라서 양도는 물론 암표로도 판매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매크로 프로그램도 접근할 수 없다. 소비자 역시 여러 앱을 설치·연동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온라인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처럼 NFT에 접근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NFT 티켓을 다른 문화 이벤트로 확대하고, 더 나아가 슈퍼콘서트에까지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번 NFT 티켓 발행으로 국내 공연업계 전반을 괴롭히는 암표 문화나 매크로 프로그램 악용 등 비정상적 거래들이 종식되는 초석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현대카드의 다양한 문화 이벤트에 NFT 티켓을 꾸준히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